디오게네스 1

이승과저승 2023. 8. 17. 14:52

 

  디오게네스

 

 그런데 그는 아테네로 오자 안티스테네스에게 몸을 의지했다.

그러나 안티스테네스가 자신은 제자를 한 사람도 받아들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입문을 거절하자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끈질기게 매달렸다.

그리고 어느 때 안티스테네스가 그를 향해 지팡이로 내려칠 듯이 들어 올리자 그는 자신의 머리를 내밀면서 부디 쳐주십시오. 당신께서 무언가 확실하게 말해주시기 전까지는 저를 내쫓을 수 있을 정도의 단단한 나무를 발견하지 못하실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그 후 그는 안티스테네스의 제자가 된 것이고, 망명한 신분이었기 때문에 검소한 삶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또 남을 오만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던 점에서 매우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다. 즉 그는 에우클레이데스의 학원은 쓸개즙이고 플라톤의 수업은 심심풀이라고 말하였고, 디오니소스 축제의 경연은 바보들에 의한 대규모 인형 연극이고 민중 지도자는 군중들의 하인이라고 말하였던 것이다.

그는 또 사람들 사이에서 배의 키잡이나 의사, 철학자들을 만났을 때에는 인간이란 동물들 가운데서 가장 총명한 자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다른 한편 해몽가나 점쟁이, 그들에게 빌붙어 다니는 자들, 또는 명성이나 부를 자랑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처럼 어리석은 자는 없는 것처럼 생각된다고도 말하였다.

또 그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이성을 갖추거나, 그렇지 않으면 (목을 묶기 위한) 밧줄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늘 말하고 있었다.

 

 어느 날 플라톤이 디오니시오스()에게서 온 벗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 있을 때 디오게네스는 깔아놓은 융단을 밟고 돌아다니면서 플라톤의 허식을 짓밟아주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플라톤은 디오게네스여, 그대는 허식이 없음을 보여줌으로써 도리어 얼마나 많은 허식을 사람 앞에 드러내 보이고 있는가라고 응수했다.

어느 사람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디오게네스가 말한 것은 플라톤의 허식을 짓밟아주고 있는 것이다라는 뜻이었는데, 이에 대해서 플라톤은 디오게네스여, 그대는 다른 허식으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응수했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느 때 그가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구 한 사람 다가오지 않아 그는 콧노래를 섞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하찮은 얘기에는 진지하게 들으려고 오면서 진지한 얘기는 경멸하고 어슬렁어슬렁 온다고 말해 그 사람들을 꾸짖었다.

또 경주를 할 때는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치거나 발로 차거나 해서 사람들은 서로 겨루는데, 훌륭하고 선한 인간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 한 사람 서로 겨루려고 하는 자가 없다고 그는 말하고 있었다.

또 그는 문헌학자가 오디세우스의 결점은 여러 가지로 찾고 있는데 자기 자신의 그것에는 무지한 채로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더욱이 음악가가 리라의 현은 가락을 맞추는데 자신의 혼의 상태는 부조화한 채로 있는 것에도 그는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또 수학자들(천문학자)이 태양이나 달에는 눈을 돌리는데 자신의 발밑에 있는 일은 지나쳐버리거나, 변론가들이 정의에 대해서 논하는 데는 매우 열성인데 이를 조금도 실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 뿐만 아니라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돈을 헐뜯고 있는 주제에 이를 지나치게 선호하고 있는 것에도 그는 놀라고 있었다.

또 재산보다도 뛰어나다는 이유로 올바른 사람을 칭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크게 재산을 축적한 사람을 부러워하는 자들을 그는 비난하고 있었다.

 

 메니포스가 <디오게네스의 매각(賣却)> 가운데서 말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그가 잡혀서 매물로 나오게 되었을 때, 너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일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고시(告示)를 하는 자에게는 누군가 자기를 위해 주인을 사려는 자는 없느냐고 고시를 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그때 앉는 것이 금지되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물고기도 어떻게 놓여있건 팔려나가는 것이니까이같이 응수했다고 한다.

 

 그때 그는 또 우리가 단지나 접시를 살 경우에는 이를 두들겨 보고 그 울림 정도를 확인하는데 인간의 경우, 단 한 번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기를 산 크세니아데스에 대해서 나는 비록 노예이지만 내 말에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만일 의사나 키잡이가 노예였다고 해도 그 사람의 말에 따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에우부로스가<디오게네스의 매각>이란 표제의 책 가운데서 쓰고 있는 바에 따르면 그는 (주인인) 크세니아데스의 아들들을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교육했다는 것이다. 즉 그는 학업을 마치면 승마, , 돌 던지기, 창 던지기의 지도를 했고 또 그 뒤, 아이들이 씨름장에 다니게 된 뒤부터는 체육교사에 대해서 그는 경기 선수를 위한 훈련은 허용하지 않고 단순히 혈색이 좋아지고 좋은 컨디션으로 몸을 유지하는 훈련만 행하게 한 것이다.

 

 또 그 아이들은 시인이나 산문 작가, 그리고 디오게네스 자신의 책 가운데서 많은 구절을 외우게 했고 그리고 배운 것을 기억해 두기 위한 온갖 방법도 연습을 시켰다. 또 집에 있어서 그들은 자신의 신변의 일은 스스로 처리를 하고 거친 음식에 만족하였으며 물을 마시고 마치도록 범절을 몸에 익히게 했다. 더욱이 머리는 짧게 하고 장식은 달지 못하게 했으며, 길을 가는 도중에 속옷을 입지 않고, 신도 신지 않으며 입을 다문 채 주위를 힐끗힐끗 둘러보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또 그들을 사냥에도 데리고 간 것이다. 다른 한 편 아이들 쪽에서도 디오게네스를 배려해 그를 위해 양친에게 여러 가지로 부탁을 해준 것이다.

 

 또 어느 사람이 그를 호화로운 저택으로 안내하고 이곳에서는 침을 뱉지 말도록 주의하자 그는 헛기침을 한 번 한 다음 그 사람 얼굴에 침을 내뱉고, 더 더러운 장소를 찾지 못해서, 라고 말한 것이다.

또 어느 때 그가 어이, 인간들이여라고 외쳤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들자 그는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그들에게 다가가 내가 부른 것은 인간이고 쓰레기 따위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것은 헤카톤이 <잠언집> 제 1권 가운데서 말한 것이다.

또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만일 내가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이길 바랐을 텐데, 이렇게 말했다는 것도 전해지고 있다.

 

 

- 그리스철학자열전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전 양범 옮김 디오게네스 중에서 임의 발췌-

 

이승과저승 생각 : 이 뒤에도 디오게네스의 奇行이 이어지는데 누군가 플라톤에게 디오게네스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플라톤은 그는 정신이 나간 소크라테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