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이야기
생명……. 손님1
신이 존재 하든 안 하든 생명은 그 자신의 것이 아닐까요?
인간 및 모든 생물의 활동은 살아있는 동안 가능합니다.
뭘 하든 죽으면 못한다는 거죠. 즉 자신의 육체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생명이 있는 동안만 자신의 것이 되는 거죠.
따라서 자신의 모든 활동은 생명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자유의지의 바탕이 되는 생명 역시 인간에게 주어진 것일 겁니다. 즉 자신의 생명은 자기가 결정할 수 있다는 거죠.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자살입니다.
근데 전 한 가지를 더 생각해서 비교해 보겠습니다.
자살과 희생 말입니다. 예컨대 조국을 위해 전쟁에 나가 몸을 바쳤다든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몸을 바쳤다든지 하는 희생 말입니다.
둘의 공통점은 자신의 죽음을 자기 의지로 택하였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자신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냐 아니면 타인 혹은 다른 것을 위해서냐. 입니다.
보통 종교에서는 자살은 금기시하고 희생은 숭고하게 보죠.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둘 모두 자신의 생명을 자기가 버린 것입니다. 생명은 양적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여러 명의 생명과 자신의 생명을 바꿨던, 그냥 자신의 생명을 버렸던, 하나밖에 없는 자기의 생명을 버린 것입니다.
자살이 성립될 수 없다면 희생도 성립될 수 없죠.
따라서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자유의지의 근원이 되는 생명에 대한 자유도 있다고 봅니다.
즉 생명은 인간이 최후까지 가지고 있는 인간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hilebus(장자의나비) 답변
RE 말씀하신 요지 중에서 자살이 없으면 희생도 없다는 말씀은 둘의 비교에 좀 무리가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자살은 자신이 직접 자기를 죽이는 것이지만 전쟁터에서의 죽음이나 순교 등의 희생은 본질적으로 직접적인 타인의 의지에 의해서 죽는 거죠. 단지 닥쳐오는 죽음을 피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전쟁이 없거나 박해가 없으면 그들은 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자신이 죽는 경우 같은 것은 자기가 결국 힘이 빠져 죽기까지는 자신이 죽고 상대방을 구한다는 확실한 생각이 없는 채로 우선 행동에 임하는 거죠. 물에 뛰어들어 구조에 나서기 전에 자신이 반드시 죽어야만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한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죠.
희생한다는 의미는 본인이 의식하든 못하든 목숨보다 귀한 것이 있어서라고 생각해야 될 것 같네요.
그것이 명예든, 책임감이든, 사후의 영원한 생명이든 말이죠.
생명……. 손님1
제가 자살과 희생을 비교한 이유는 희생이 타당하다면
자살도 타당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희생이 타인의 의지에 의해 죽는다고 하셨는데 비록
타인에 의해 죽어도 그 죽음을 선택하는 건 자신이 아닐까요?
그리고 또 물에 빠진 사람 구하는 거 말고 다른 예를 생각해 보죠. 볼케이노란 영화를 보면 소방관이 시민을 구하고 자기는 죽는 장면이 나옵니다.
자기가 살 수 있었는데도 시민을 살리고 죽은 거지요.
이 경우는 확실히 자기의 죽음을 생각하고 희생을 한 겁니다.
물론 이 사람은 목숨보다 소중한 다른 가치를 위해 생명을 바쳤겠죠.
제가 말하는 건 이런 점입니다.
목숨보다 소중한 다른 가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버리는 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또한 자살도 다른 가치(예컨대 고통에서 벗어나거나 가족들의 보험 때문에 자살하려는 경우)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이니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음 생각에 무리가 있는 것일까요?-_-
philebus(장자의나비) 답변
RE 자살은 자기가 자신을 죽인다는 의식이 있고 스스로 그러한 자신의 행위를 알고 있다고 봐야죠.
희생의 경우는 자신을 죽인다는 점에 행동의 목표가 있는 게 아니고요, 눈앞에 닥친 상황에 열중하다 보니 자신이 죽는 거죠.
자기가 죽기 위해 다른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요,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보니 자신이 죽음에 처하게 되는 거죠.
반면에 자살은 목표가 일단 자신이 죽는 겁니다.
자신이 죽음으로써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 편해질 것이란 생각은 2차적이며 관념적인 거죠.
손님 2
우선 생명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싶군요.
생명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즉 어떠한 실체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때문에 존재를 하는 것이죠.^^ 생명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해 갑니다. 그리고 그 생명은 다른 환경과 많은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사실 깊게 들어가 보면 생명과 다른 생명이 서로 다른 계체가 아니라 깊이 연관을 주고받는 하나의 삶의 구조로써 이해해 야 합니다.
좀 어렵나요? ^^ 우리는 지금 우리의 몸뚱이 그 자체를 하나의 생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은 그런 개별적인 존재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죠. 이러한 연결고리가 끊어진다면 생명은 존재의 위협을 느낄 것입니다. 아니 사라지겠죠. 우리의 몸이 수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서로 깊인 연관되어 하나의 거대한 규모의 생명구조를 이룹니다. 이들은 서로 깊이 연관되어서 이 생명을 지탱을 하죠. 그와 마찬 가지로 우리가 느끼는 생명체들도 사실 하나의 지구 아니 우주적 규모로 하나의 생명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명은 생명체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생명인 것입니다. 도둑놈이 본래 도둑놈이 아니고 도둑질을 하기 때문에 도둑놈이듯…….말입니다. 우리는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생명인 것입니다.
이 정도로 정의를 해두고요.
그럼 생명은 누구의 것입니까?
당신? 신? 나?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아니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은 삶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생명은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내 것이라고 할 것도 없고 네 것이라고 할 것 없이 모두가 하나로 공유하고 있으며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저의 작은 생각입니다.^^
philebus(장자의나비) 답변
RE 우리의 몸이 수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서로 깊이 연관되어 하나의 거대한 규모의 생명구조를 이루듯이 우리가 느끼는 생명체들도 사실 하나의 지구 아니 우주적 규모로 하나의 생명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개체로써의 생명체가 각자 우주적 규모의 생명시스템 안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혹시 의견이 있으신가요?
말씀하신 인체를 예로 들자면 수조개의 세포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데 어떤 세포는 뇌 기능을 담당하고 어떤 세포는 위장 기능을 담당하죠.
인간의 정신은 뇌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가 있으므로 해서 발현되죠.
그렇다고 뇌 세포가 인간 정신의 원인이라는 것은 아니고요. 필요조건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본다면 살아있는 각각의 생명체는 우주적 생명시스템 내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까요?
우선 인간은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모든 인간이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지, 아니면 예수나 공자와 같은 현명한 사람들의 역할이 따로 있고 특별히 어리석은 사람들의 역할이 따로 있는지 말이죠.
그리고 생명의 정의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셨지만 살아간다는 것은 생명체의 속성이죠. 생명이 있기 때문에 살아가게 되는 거죠. 살아가게 된 이후에 생명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요. 생명이란 무엇이냐에 대한 답이 생명의 정의라고 할 수 있지, 살아가기 때문이라는 얘기는 전후가 바뀐 것 같네요. 좀 시적이긴 하겠지만요.
또, 생명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해 간다고 하셨지만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은 생명에 의하여 주어진 몸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의식이라고 할 수도 있고 정신 중의 어떤 요소를 가리킬 수도 있겠지만 생명 자체가 변화한다는 것은 막연한 얘기가 아닌가 여겨지네요.
생명 자체라면 살아있다는 것 자체일 텐데 그것이 변화의 여지가 있을까요?
살아있다면 무조건 생명이고 죽어있다면 생명이 아닐 텐데 말이죠.
손님 2
* 개개의 생명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음. 일단 개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존재도 개체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존재는 인연에 따라 잠시 연관관계를 맺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죠…….^^
음…….암튼 일단 현상적으로 나타난 존재에 대한 생명으로서 역할을 말씀드리자면…….그것은 각자의 몫이 아닌가요?
생명은 의식과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세상에 대하여 인식한 만큼 알고 거기에 대하여 반응을 하죠. 이 반응도 동일한 조건에도 각기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인지구조와 살아오면서 했던 경험들에 의하여 다른 반응을 보이죠. 소가 똥을 누면 사람은 피하지만 쇠똥구리는 맛있게 먹 듯이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개개의 생명체는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과 자신의 삶의 경험 구조에 따라서 산다는 것이고, 그러한 조건(굴레)에서 벗어난 것이 진정한 생명의 근본자리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하던 그것은 그 생명의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의 정의 부분을 말씀 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한 (그리고 생명의 정의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셨지만 살아간다는 것은 생명체의 속성이죠. 생명이 있기 때문에 살아가게 되는 거죠. 살아가게 된 이후에 생명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요.)
저의 생각은 이러합니다.
생명체가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생명은 동사이지 명사가 아니거든요. 어떤 실체가 있어서 그것을 생명으로 부른다는 것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죠.
제가 예를 들었듯이 도둑놈이 본래 도둑놈이겠습니까?
도둑질을 하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도둑놈이라고 하지, 도둑놈이라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도둑놈이라고 불리지 안 듯이요…….그러한 삶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무슨무슨 생명이다 라고 말하죠…….저는 삶과 죽음이 없다고 봅니다. 우리 인체에서 수많은 세포가 죽어 가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보고 죽었다고 합니까? 개별적인 현상들은 생겨났다가 사라지지만 전체적인 생명은 지속적으로 존재하죠.
끊임없이 변하는 것은 생명의 구조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카오스이론의 나비 효과를 들지 않아도 우리는 아주 작은 변화가 우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신이니 영혼이니 하는 육체와 정신을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대하여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정신과 신체를 나눌 수 있습니까? 뇌가 없어도 식물은 의사소통을 하고 적과 친구를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소나무에 송충이가 오면 그 소나무는 송충이가 왔다고 전체 숲에 화학물질로 알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꽃에 욕을 하면 그 꽃은 죽고 예뻐해 주면 잘 자라 듯이요…….
생명은 정신이니 육체니 나누는 기계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 인간은 인식과 인지의 구조가 많이 필요하기에 그러한 구조의 현상으로써 뇌가 생겨난 것이지…….뇌가 정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의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부족한 면이 많더라도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philebus(장자의나비) 답변
RE: 답변에 감사드리고요,
저와는 전제가 달라 얘기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의 없이 긍정하는 전제로부터 출발하려 하고 있고요.
(생명체도 있고, 삶과 죽음은 우리의 경험상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말씀하시는 분은 전체를 놓고, 아마도 스스로 관망하신 것이겠지만, 해탈해야 한다 식으로 얘기하시는 거지요.
물론 말씀하시는 뜻을 전혀 모를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의식 옆에 장님이 붙어 있는 것과 같아서 손에 쥐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면이 있지요.
즉 웬만한 그럴듯한 이론은 설득력도 실천력도 없다는 말입니다.
남에 대해서나 자신에 대해서나 말이죠.
같은 사람 안에서 의식은 그 말을 그럴듯하게 생각하지만 옆에 있는 장님은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는 겁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믿고 있는 전제로부터 출발하는 거고요,
(물론 그 전제가 정말 절대적인 의미에서 옳은지 그른지는 얘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지요. 그것이 옳다고 무작정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답을 계속해서 주고받는 거지요.
그리하여 조금이라도 서로의 생각이 전체적으로 진전이 있게 되기를 바라는 거지요.
의식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말입니다.
그러려면 또한 매우 엄밀한 분석과 정의가 필요하게 되는 거고요.
인연이 되면 또 만나지요.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