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회상 22
그는 제자 중 한 사람인 에피게네스42)라는 자가 나이도 젊은데 빈약한 몸집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어쩌면 그렇게 운동하고는 담을 쌓은 것 같은 몸을 하고 있는가, 에피게네스?”
그러자 그 청년이 말했다.
“운동하고는 담을 쌓았습니다, 소크라테스 선생님.”
“올림피아의 경기43)에 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결코 뒤져서는 안 되네. 그렇지 않으면 자네는 아테네의 백성이 일단 유사시 대적(大敵)과 맞붙어 전쟁을 일으키는, 그 사느냐 죽느냐의 항쟁을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더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체를 단련해 놓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쟁의 위험 속에서 생명을 잃거나 수치스러운 삶을 사는 것일세. 또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원인으로 해서 포로가 되고, 잡혀서 노예가 된다면 남은 일생을 극심한 노역으로 혹사당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한없는 고난을 당하게 되며, 종종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 이상의 재물을 몸값으로 지불한 나머지 일생을 궁핍(窮乏)의 밑바닥에서 허덕이면서 목숨을 부지하게 될 걸세.
많은 사람들은 또 체력이 허약함으로 해서 비겁한 자로 알려져 악명(惡名)을 후세에 남기게 될 걸세.
자네는 이와 같은 단련 태만의 대가를 우습게 알고, 이러한 일들을 쉽사리 참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더구나 또 신체를 강건(强健)하게 하려고 애쓰는 자들은 이들과 비교한다면 훨씬 편하고 훨씬 쾌적한 마음을 느낄 것이네. 그렇지 않으면 자네는 허약한 것이 강건함보다도 건강에 좋고, 또 그 밖의 다른 일에 대해서도 한층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혹은 강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모든 결과를 멸시하는 것인가? 실로 신체가 좋은 자에게서 신체가 허약한 자에게 일어나는 일과는 전혀 정반대의 결과가 일어나는 법이네. 신체가 좋은 자는 건강하고 또 강장(强壯)하여 많은 자가 그 덕택으로 전장(戰場)에서, 또 싸움에서 수치스러움 없이 생명을 보존하거나 일체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가 있는 것일세. 또 그러한 사람들은 많은 친구를 구할 수 있고, 조국을 위해서 충성을 다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서 감사의 찬사를 듣거나 이름을 빛내 최고의 영예를 얻을 것이네. 그래서 그들은 결국 여생을 즐겁고 훌륭하게 지내며, 자신의 자손에게도 훌륭하게 살 수 있도록 자산(資産)을 남길 수 있는 것일세. 국가가 전쟁을 대비해서 여러 가지 체기(體技)를 국비(國費)로 마련해 놓지 않는다고 해서 개인도 단련을 태만히 해서는 안 될 것이요, 오히려 한층 더 신체 단련에 유의(留意)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네. 확실히 보증하지만, 그 어떤 항쟁(抗爭)에 있어서도, 또 어떠한 사업에 있어서도 신체를 강건하게 했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는 법일세. 왜냐하면 인간이 행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신체이고, 신체를 이용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될 수 있는 한 뛰어난 체력을 소유한다는 것은 굉장히 유리한 일이기 때문일세. 더구나 신체를 이용하는 일이 가장 적다고 생각되는 사색(思索)의 경우에서마저,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대단한 오류를 범한다는 것을 누구 한 사람 모르는 자가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의 경우에 있어서, 가끔 망각이나 무기력이나 불평이나 발광(發狂)이 신체가 약하기 때문에 사고력(思考力)을 둔화시키고, 알고 있었던 일까지도 망각케 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일세. 그러나 신체가 튼튼한 사람들은 극히 안전해서, 적어도 신체가 허약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을 당할 걱정은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허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와는 반대의 경우를 낳는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신체의 강건은 절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네. 사실 지각이 있는 자라면 지금 말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슨 일인들 참고 견디려고 생각하지 않는 자가 있겠는가?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태만으로 해서 육체를 노쇠케 한다면 자신의 신체가 얼마나 아름다우며 얼마나 뛰어난 힘에 이를 수 있는 가를 모를 것이니 그야말로 수치인 것일세. 아름다운 육체와 뛰어난 힘을 배양하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육체의 단련을 태만히 해서는 이러한 사실도 알지 못할 걸세.”
42) 안티폰의 아들이며 소크라테스의 충실한 제자. 스승의 최후를 지켜 본 제자 중 한 사람.
43) 엘리스(펠로폰네소스의 서북쪽에 있던 나라)의 올림피아에서 4년마다 열렸다. 이 경기의 기원은 모호해서 알기 어렵다. 핀다로스의 <<올림피오니카이>>(xi.iii)에 의하면 헤라클레스가 창설한 것이라고 한다. 파우사니아스는 올림피아 제전이 오랫동안 중지되었다가 엘리스의 왕 이피토스 때에 재개되었다고 한다.
-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최혁순 역 중에서 -
이승과저승 생각 : 소크라테스 자신이 뛰어난 체력의 소유자였고 어떠한 힘든 경우라도 견딜 수 있도록 평소 신체를 단련하고 있다고 지인들에게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크세노폰의 ‘향연’에서는 그가 전신을 고루 움직여 몸 전체를 균형 있게 만들기 위해, 연회에서 춤추는 무용수의 춤동작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고 했고, 그 이전에 카르미데스가 아침 일찍 소크라테스의 춤추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