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조선 문제 3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암중모색
이런 게 "거짓은 아니지만, 진실은 아닌" 전달의 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도 문득 드는데요. 만일 이 토론이 안티 조선 운동의 논리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지 못한 토론이라면 (혹은 반대로 안티 조선에 대한 반대 논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토론이라면) 이 토론을 아무런 논평 없이 옮겨오는 것의 의도가 뭘까 궁금해지게 된다는 거죠.
안티 조선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의 입장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단순히 "보수 수구"라는 이유로 신문을 반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유고 그런 문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는 건 제대로 된 토론이라고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발언을 할 자유와 권리가 있고, 그것이 급진적이건 수구적이건 다 마찬가지지요. "조선일보의 논조가 마음에 안 들어" 안티 조선을 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잘못된 것이겠죠.
하지만, 안티 조선 운동을 벌이는 사람이 반드시 그런 이유에서 시작했을까요? 그런 단순한 이유로 감히 시민운동을 빙자해 가면서 운동을 벌이는 걸까요? 만일 그렇다면 정말 이건 "공정한" 운동이 아니라, "일부 세력의 자기 주장"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되겠죠. 이 토론(?)에서 보수 노인이 그런 식의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은데요..
조선일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조선일보는 거짓말을 하는 신문"이라는 겁니다. 보다 적절하게 말하자면 "명백한 거짓은 아니지만, 객관적 진실을 가장한 정치적 선동"이라고 해도 되겠죠. 어느 신문이나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조선일보는 적극적으로 그런 역할을 담당해 왔죠.. 신문에는 "여론 형성"의 기능이 있고, 그것이 어떤 정치적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건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없는 사실 날조하고 있는 사실 숨기고 뉘앙스 교묘하게 만들어 진실을 반대로 보게 만드는 것까지 "민주적 여론 형성"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어떤 신문이든 그런 일을 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고, 시민들은 그 신문을 비판하거나 거부할 권리가 있어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조선일보가 그런 일을 했다는 증거를 보이라고 한다면, 안티 조선 운동하는 사람들이 낸 자료를 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건 그쪽 주장이지"라고 말한다면 토론할 생각이 없으면서 왜 근거를 대라고 요구하는지 모르겠고요. "조선일보는 나쁜 신문이다"(비판) - "그러면 증거를 대라"(반론) - 그래서 나온 게 안티 조선 자료집이죠.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든가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유 시민) 등이 그런 거겠죠. 그렇다면 그다음 수순은 그런 자료들 찾아가며 읽어보고 조목조목 반박하는 거 아니겠어요? urimodu에 가서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글을 다 읽어보고 "씹기 편한" 글들 말고 좀 제대로 된 글을 읽어본 뒤에 제대로 된 반론을 하면 좋겠죠.
아무튼, 논의의 쟁점이라든가 깊이에서 그다지 썩 흡족한 수준의 토론은 아니네요. 여러분들도 조아세 자료집이나 www.urimodu 논객들의 글을 읽어보신 뒤에 스스로 평가를 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2002-12-25
Re: 제 의견입니다.
관망 (philebus 답변1)
답 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올린 이유는 이 사이트에 계신 분들은 안티조선이나 조선일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글을 안티조선 우리 모두 게시판에도 올렸죠.
어떤 반론이 올라오나 보려고요.
올린 글이 말씀대로 썩 흡족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양자가 문답을 주고받으므로 일방적인 자기주장이 아니라서 읽는 사람이 덜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야기의 내용이 상대방의 말을 따라가고 있으므로 그만큼 덜 황당하고요,
서로의 문답 내용이 피차의 의견을 제한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완결성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결론이 나서 완결성을 보인다는 것이 아니고 각자의 주장 한도 내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의 말과 연관시켜 다 했다는 뜻이죠.
저도 우리 모두 게시판에 있는 글을 조금 보았는데, 수구나 보수 성향에 대한 공격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씀대로 왜곡보도에 대한 내용도 많이 있었습니다.
또 친일 경력에 대한 문제도 많이 있었죠.
안티조선에 대한 제 의견을 먼저 말씀드리면,
암중모색님 말씀대로 수구나 보수 성향 자체에 대한 공격을 신문사 비난을 통해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또한 친일문제를 들어 신문사를 공격하는 것도 별로 찬성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제오늘의 시사문제를 보도하고 논평하는 신문인데 과거 경력을 들추는 것이 무슨 실익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
오늘 조선일보에 글 쓰는 사람이 해방 전에 글 쓰던 사람과 동일 인물도 아닌데 말씀입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이 전혀 이루어지지도 않고 지금까지 내려왔고 세대를 넘으면서 서로 뒤섞여 버렸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레 친일을 얘기하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이죠.
그럼 다른 문제를 다 제쳐 놓는다면 핵심은 왜곡보도인데, 보수나 수구라는 성향을 제쳐 놓고 본다면 그것이 다른 신문과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사를 어느 정도나 왜곡했느냐에 따라서 비판은 받을 수 있겠죠.
그런데 그 왜곡은 목적이 있게 마련입니다.
아마 조선일보의 경우 여론의 보수나 수구성향을 의도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대충 맞을까요.
저는 이 문제는 다루기가 상당히 복잡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왜곡보도란 지금 시대에 매스컴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으로 보아, 최소한 현재의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정도 문제가 아닌가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보도하여야 할 것을 보도하지 않는다던가, 1면 톱으로 다루어야 할 것을 사회면 3단으로 보도한다던가, 한번 보도하고 그칠 수 있는 것을 의도적으로 확대시켜 연일 크게 보도한다던가, 논평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한다던가 하는 것들이 모두 의도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런 문제들을 모두 왜곡보도에 포함시킨다면 제가 볼 땐 조선일보나 한겨레나 대한매일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되는 거죠.
하지만 과연 어떤 기사가 정말로 보도되어야 하는 건지, 어떤 기사가 크게 다루어져야 하는 건지, 어떤 기사가 매일 크게 보도되어야 하는 건지, 사설이나 칼럼을 어떤 식으로 써야 올바르게 여론을 형성하는 것인지는 매우 불확실한 거죠.
결국 어쨌거나 신문기사의 편집은 의도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여론 형성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계속 모여 수구냐 보수냐 진보냐로 드러나고 흐름을 타는 것은 필연이라 생각되지만 그중 어느 쪽이 그때 정당한 주장이었고 흐름이었는가는 후일에 가서야 정확히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명백히 드러나는 왜곡 보도 자체만을 문제 삼는다면 그렇게까지 문제 될 것이 없고, 결국은 궁극적으로 편집 방침이나 성향의 문제로 귀결되며, 비난도 그에 따라 왜곡보도를 넘어 편집 방침인 보수나 수구 성향으로 옮겨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사진을 보도하면서 의도적으로 크기를 줄여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을 뺀다든가 하는 왜곡에는 크게 분노하면서(눈에 보이는 명백한 왜곡이니까) 만일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것을 크게 매일 보도하고 정작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조그맣게 처리해 버리는 편집에는 무신경하다면 그것도 실은 무지한 행태라고 봐야겠죠.
여기서 실제적으로 어떤 사건이 과연 그런 것인가?
어떤 신문이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왜곡을 저질렀는가? 라는 문제는 지금 따질 필요가 없고, 쉽게 따져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제가 토론에 동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신문기사의 내용이나 주제자체에 대한 토론이 중요하다는 것이지 왜곡보도를 빌미로 하여 신문사에 대한 공격으로 그 신문에 쓰인 글들이 모두 가치가 없다는 인식을 일반사람들에게 심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각 신문은 눈에 보이는 왜곡과 더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왜곡을 일삼으므로 써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면을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고 그리하여 수구나 진보와 같은 성향을 필연적으로 만들어 내는데 큰 몫을 하는데, 결국 정당한 결론을 보려면 그와 같은 성향을 이루는 내용에 대한 상호 토론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신문사에 대한 공격은 현실적으로 그 신문사가 표방하는 성향에 대한 한 가지 부적절한 공격 방법이 될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대북 문제에 있어 그래도 가장 북쪽을 비판하는 신문 중 하나가 조선일보죠. 북한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인지, 핵문제는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는 지금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고요.
위 문제는 제 생각에는 북한의 사정을 충분히 알고 그 정권의 성격을 충분히 비판하지 않고서는 다루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통일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과 북의 민족의 현재는 어떠한데 민족의 장래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논란이 없습니다.
왜 깊이 있는 논란이 없느냐 하면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논하려면 당연히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이 따라오게 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들이 적습니다.
조선일보가 한 마디 하면 대체로 그저 전쟁을 부추긴다고만 하는 거죠.
즉, 조선일보의 대북 보수 성향에 대해 그 성향과 주제 자체에 대한 토론은 충분치 못한 반면 보수적 신문사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일정 부분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설사 본래 의도가 그런 게 아니었다라고 해도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암중모색님의 말씀에 대해
"조선일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조선일보는 거짓말을 하는 신문"이라는 겁니다. 보다 적절하게 말하자면 "명백한 거짓은 아니지만, 객관적 진실을 가장한 정치적 선동"이라고 해도 되겠죠. 어느 신문이나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조선일보는 적극적으로 그런 역할을 담당해 왔죠.. 신문에는 "여론 형성"의 기능이 있고, 그것이 어떤 정치적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건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없는 사실 날조하고 있는 사실 숨기고 뉘앙스 교묘하게 만들어 진실을 반대로 보게 만드는 것까지 "민주적 여론 형성"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어떤 신문이든 그런 일을 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고, 시민들은 그 신문을 비판하거나 거부할 권리가 있어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
여기서 "민주적 여론 형성"이라는 개념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지 조금 당혹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규칙을 어기지 말고 게임을 하자는 얘기인 것 같은데, 그 규칙이라는 것이 뻔히 눈에 보이는 왜곡을 하지 말자라는 것이고 위에서 말한 편집상의 의도나 사설과 칼럼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씀으로써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괜찮다고 한다면, 제가 보기엔 그 규칙을 어기는 것이 물론 비난의 대상은 되지만 원래 우리가 주의를 집중해야 할 사안에 비하면 그리 엄청나게 분노할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집중해야할 사안이란 물론 제기되고 있는 문제 자체죠.
현실적으로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앞날을 꿰뚫어 보고 현안에 대해 정확히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란 어렵습니다.
즉, 조선의 논조보다 한겨레의 논조가 낫다는 증거는 충분한 토론이 있고 그 토론의 결말을 보기 전까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이 점은 이미 암중모색님도 간접적으로 인정한 거죠.
그런데 하여간 현안에 대한 최선의 방책이나 결론이 어딘가에 있다면 그것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만약 후에 결과적으로 그러한 최선의 방책에 비추어 볼 때 두 신문사 중 한쪽의 여론 형성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 이렇게 되겠죠.
조선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판단 잘못의 죄(이 부분은 사실 인간의 한계이므로 어쩔 수 없는 경우겠죠.)를 쓰고 거기다 규칙을 어기고 눈에 뻔한 왜곡 보도의 죄를 같이 덮어쓸 것입니다.
한겨레의 진보성향 여론 형성이 궁극적으로 국익과 민족의 이익에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그들은 판단 잘못의 죄만을 쓰게 될 것입니다.(신문기사 글자나 사진 등의 왜곡은 없이 특정 성향의 기고를 선호한다거나 기사 배치 등으로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만 가정하는 거죠.)
이 경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판단 잘못의 죄가 99%일 것이며 왜곡보도의 죄는 1%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는 거고요,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안에 대해 서로 반대의 주장을 하는 두 의견 중 어느 쪽이 최선에 가까운가를 합리적으로 가리는 거죠.
보수 쪽 의견이 타당한가, 아니면 진보 쪽 의견이 타당한가를 가리는 일이 중요하고 각자의 의견을 강화하기 위해 왜곡보도를 한 것은 별도로 처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좀 비약해서 말하면 이렇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생각한다면,
"조선의 강경책이나 한겨레의 유화책이나 지금으로서는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알 수 없다. 그런 것은 운명에 맡기고 현재 분명히 따질 수 있는 것, 즉 조선의 왜곡보도 문제를 철저히 파헤치자. “
이것은 비유로 말하면 돌멩이를 던진 사람은 전혀 거들떠보지 않고 던져진 돌멩이를 보고 짖는 개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지엽적인 문제로 인해 근본적인 문제가 가려지게 되는 상황이죠.
아니면 한겨레의 유화책을 지지하는 사람이 보수 성향을 누르기 위해 왜곡보도를 빌미로 안티조선을 한다면 이것도 당연히 잘못된 것이겠고요.
암중모색님 말씀대로 왜곡보도는 그에 해당하는 비난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왜곡보도의 소재가 되어있는 문제 자체에 대한 논조나 성향 간의 대립과 그에 관한 논쟁 및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길은 본질적으로 왜곡보도와는 다른 문제이고 흥분상태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신문사에 대한 조직적인 비난이 당면한 문제의 해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고, 어떤 면에서는 이것도 여론 왜곡이 되는 것입니다.
이 점은 안티조선 사이트를 보면 여러 가지 내용이 뒤섞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암중모색님은 보수나 수구성향 자체에 대한 신문 논조의 비난은 옳지 않다고 말씀했지만 실은 그런 글이 많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기사내용을 두고 전쟁을 부추긴다고 비난했을 경우 이러한 판단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편향적이기 쉽죠.
그리고 조선에서 그런 말이 나왔기 때문에 더욱 쉽게 비난받고요.
대부분의 기사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있죠.
제가 보기엔 왜곡보도 비판과 보수, 수구 성향비판, 친일 경력 비판 등이 한데 어우러져 구분이 잘 안 되더군요..
그런데 목표는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진보라고 비누 거품처럼 생각하는 여러 가지 의견들도 많은데 그 글들 안에도 제가 보기엔 교묘한 왜곡이 많습니다.
암중모색님은 왜곡보도 비판과 보수, 수구성향 비판을 구분했지만 현실적으로 해당 게시판 안에서는 조선일보 비판은 보수, 수구성향 비판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제가 보기엔 안티조선 운동이 지나치게, 또는 방만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거죠.
어쨌든 제 의중은 이런 것입니다.
즉, 안티조선이든 무엇이든 당면한 문제 중 핵심적인 것에 천착하고 지엽적인 것으로 핵심을 가리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지엽적인 문제에는 그에 합당한 주의만을 기울이게 하되 가장 중요한 문제에는 그것이 접근치 못하도록 하라고 말이죠.
글이 두서가 없네요.
호의적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리고 또 답 글 주시면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일보가 `맞아야` 하는 이유는........
암중모색
뭐 안티 조선을 예로 들지 않아도, 한 가지 이름으로 지칭되는 움직임이 사실은 서로 상이한 수많은 물줄기로 이루어지는 건 늘 있는 일이고, 그중에 서로 상충되는 흐름들도 있을 수 있는 일이죠. 수구 보수 세력 비판 및 언론 개혁 요구는 현실 속에서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겁니다. 논리적으로는 나누어질 수 있다고 해도 말이죠.
그래서 이 복잡한 작은 흐름들보다는 전체적인 움직임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게 될 텐데요, 제 개인적인 입장을 말씀드리면, 관망님이 말씀하신 "지엽적인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안티 조선 운동은 필요한 일이며 상당한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지지한다, 라는 겁니다. 안티 조선 운동이 '범할 수 있는 오류'들에 대해 경계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요.
아무튼, 몇 가지 엉킨 실타래를 풀어보자면 요,
조선일보의 친일 문제에 대해서는, 조선일보의 성격 문제로 넘어가야 합니다. 단순히 "과거" 문제로 발목 잡는 걸로 보아서는 안 될 겁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어제 잘못한 일을 왜 오늘 찾아와서 따지느냐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문제는 과거와 현재의 성격(연속된 정체성), 그리고 그에 대한 입장의 문제겠지요. 조선일보의 "사람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사주 집단은 바뀌지 않았고, 그 사주 집단이 일본 점령기부터 해방 이후의 역사 속에서 보인 행태는 분명 시민 집단이 문제 삼을 거리가 충분히 됩니다. 여전히 사주가 신문 편집 및 보도 방향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그래 인해서 신문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고 있다면, 과거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청산되지 않은 과오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뭐 역사에는 법적으로 공소시효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의 성격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 수구보수 세력의 확대를 위해 특정한 가치와 이념을 표방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약간의 왜곡 보도는 물론 잘못이지만 다들 이 '이념'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뭐 그다음에는 그런 얘기가 나오겠지요. 사실 이런 식으로 넘어가게 되면 "진보만 선이고 보수는 악이냐"는 식의 유치한 감정 대립으로 넘어가기 쉽기 때문에, 좀 민감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긴 합니다. 실제로 조선일보 비판에 대해 불편해하는 분들의 심리가 그런 거라고 전 생각하거든요.
조선일보의 문제점은, 우선 조선일보가 지니고 있는 "언론 권력"의 성격에서 비롯됩니다. 그건 흔히 말하는 '조중동' 모두가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조선일보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영역에서 행사한 언론 권력의 파워는, 제 생각에는 그것이 압도적이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견제의 대상이 됩니다. 비판의 정당성 운운을 따지기 전에, 언론 권력의 비대함은 그 자체로 비판과 견제의 대상이 된다는 거죠. 뭐 '낮의 대통령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밤의 대통령은 하나였다'는 조선일보 측의 자평대로 말이죠.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는 조선일보가 지닌 권력과 그 이념적 성향과 맞물려 돌아갑니다. 예를 들어, 대선 당일 사설과 정몽준 사건의 보도 내용 기사를 보아도 좋겠죠. "입장이 다르면 그렇게 볼 수 있다"는 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전달과 가치 판단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거지만, 의도적으로 '객관적 사실 전달'을 가장해서 '가치 판단을 암묵적으로 선전하는 것'은 문제가 되죠. 어느 신문이나 마찬가지다, 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보도 태도와 이념, 그리고 현실적 역학 관계에서 조선일보가 차지해 온 위치를 고려한다면 이건 그렇게 형식적으로 논리적으로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문제 삼아 견제할 가치가 있지요. 누구나 술을 마시다 보면 과음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라고 하면서 프로 선수가 경기 전날 술을 과음해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 것과 학생이 술 먹다가 다음날 결석한 게 똑같다고 보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다시 말하자면, 저는 조선일보가 "노무현은 훌륭한 사람이다"라는 식의 보도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반미 시위에 대해 동조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요. 노무현보다는 이회창을 선택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며 반미 시위는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죠. 하지만, 제가 문제 삼는 건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입니다. 한편으로는 반미확산에 대해 반대하고 비판하면서 ("007 어나더데이"에 대한 보도를 통해 친절하게 국민들을 가르쳐주기까지 했지요. "한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도 없는데 왜 흥분 하냐."는 식으로요) 한편으로는 (반미 시위의 입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권 영길 후보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와 만평을 싣는 것, 뭐 그런 거죠.
조선일보가 일관된 논조와 이념을 갖고 있다면 권 영길을 비판하고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며 이회창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 됩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기사를 쓰고 사설을 쓰는 게 아니라, 신문지상을 이용해 "정치"(저는 "공작"이라고 하고 싶습니다만)를 하죠. 한나라당 민주당 양당의 부패를 비판하는 권 영길을 띄우며 "다들 똑같아"라는 정치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투표 참가율을 떨어뜨리게 만들고, 한편으로는 반미 시위의 이념적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고 안보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켜 보수 성향의 투표를 "하게" 만들고. 이런 게 민주적 여론 형성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지금 시국에서는 무엇이 중요하다."는 식의 가치 판단을 신문에 싣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반미 시위를 신문 구석에 보도하는 것도 별 문제가 안 되죠. "소수의 국민들"의 생각과 행동일 뿐이다, 라고 하는 것도 별 문제가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특정한 이념이 보도 내용과 편집 방향에 반영되는 것"과 "보도의 뉘앙스와 편집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치 공작을 펴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애써 조선일보를 옹호하고자 본질적으로 "그게 그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양적으로 다르면 질적으로도 달라지는 법입니다. 동아와 중앙일보 역시 사주의 편집권 장악과 족벌식 경영, 그리고 무가지 살포와 경품 증정 등 '조폭식' 운영 형태로 비판받으면서도 조선일보만 유독 '더' 매를 맞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조폭식 운영'을 넘어서서 한국 정치의 패권을 장악하고 그것을 "어떤 수를 써서라도" 유지하려는 마키아벨리즘적인 언론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조선일보나 한겨레나 누가 더 나은지 모르겠다."는 식의 반론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 식의 이야기가 왜 나와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거든요. 저는 안티 조선 운동이 "조선일보만이 악이다"라고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부가 그렇게 말하고 있어서 불편하시다면 그들이 잘못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모든 신문들이 한두 대씩 맞아야 하는 구석이 있다면, 조선일보는 한 수십 대는 맞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이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 본 적이 없고 오히려 남들 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데 대해 항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놓고 "우리 모두 똑같이 맞아야 하는 입장 아니냐?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더 열받은 시민들이 있는 거겠지요.
아무튼, 관망님이 사소한 문제들에 대해서보다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 고민을 하신다고 했으니, "안티 조선"과 같은 사소한 문제보다는 "언론의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더 중요한 문제를 놓고, "언론과 민주주의"의 문제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곳은 철학 사이트인데 "특정" 신문 혹은 "특정" 운동에 대해서 논의하는 건 저도 별로 원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언론과 민주주의"에 대해서라면 좀 더 충실하고 길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떤 언론 기관이라도 똑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면 비판해야 하는 걸 테니까 말이죠.
2002-12-26
Re: 답변입니다.
관망 (philebus 답변2)
암중님의 이야기는 거의 다 이해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저는 현실문제에 관한 거대 담론에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현실적으로 조선일보나 한겨레를 편드는 것도 아니고, 민주사회에서 언론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점을 심도 있게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안티조선 이야기를 꺼낸 것은 철학적인 사고라고 볼 수 있는 사유를 거기 결부시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철학과 현실이 유리되어있다고 말하고, 어떻게 하면 어려운 철학이론을 현실에 연결시켜 설명해 볼까도 생각하고 또 일상적인 쉬운 말로 철학을 할 수 있을까도 생각하곤 하죠.
저도 그런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있는데, 그렇다고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변을 현실 사건에 대응시켜 가면서 설명하거나 하는 방식은 거리가 멀고요.
일상사건이나 행위 속에 있는 기본 속성이나 지배 원리를 파악하여 그것에 주목하면서 점차 상위 원리로 올라가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의 방식과 유사하죠.
그러다 보면 현실문제와는 잠시 멀어지고 형식논리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암중님이 답변 중에서 현실 역학적 관계에서 조선일보를 볼 때 논의가 그렇게 형식적, 논리적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한 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논의의 초점을 조금 바꿔서 따져나가다 보면 현실 속 조선일보의 오류나 오만함, 그리고 그런 잘못에 대한 분노가 예전보다 그다지 큰 것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말해서는 아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하고 생각하실 테니, 일단 어제의 제 의견에 이어서 추가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안티조선을 하는 사람들이 조선일보를 가증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마 암중님의 의견 속에 나오는 이유들과 비슷한 이유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친일경력으로부터 이어져 오는 수구성향 자체에 대한 반감과 보도태도에 대한 반감이 섞여 있을 것입니다.
그에 따라 조선일보는 의도적으로 악을 자행한다는 이미지가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한겨레 쪽에 속하는 언론이나 진보단체, 인물 등은 군사독재 시절 탄압받거나 불이익을 당했거나 태생적으로 독재를 싫어하고 양민들을 좋아하는 성격을 가지고, 선하게 살고 싶어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이들은 혹시 몰라서, 또는 실수로 잘못을 저지를지언정 일부러 나쁜 짓을 하지는 않는 부류라는 이미지가 뒤따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류가 좀 극단적이고 추상적이더라도 논의를 위해서 일단 그런 것으로 하죠.
어쨌든 양자는 다르고 반대되는 성향으로 현재 대립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그럼 여기서 이들 소재에 숨어있는 한 가지 성격을 끄집어내어 따로 논해 보도록 합시다.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 즉 일부러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A)과 몰라서 어쩔 수 없이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 또는 무의식적으로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B) 중 어느 쪽이 더 악한 사람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A를 더 악한 사람으로 보지만,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는 얘기죠.
이 얘기는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오는 것입니다.
결론을 보면 A는 잘못을 계속 저지를 수도 있고 저지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스스로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본인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B는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습니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거죠.
예컨대, 글자를 쓰는데 알면서 일부러 잘못 쓰는 사람과 몰라서 불가피하게 잘못 쓰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쪽이 더 선한가? 라고 묻고 선하다는 것을 지혜롭다거나 지식이 있다는 개념으로 바꿀 경우 전자가 더 선하다는 얘기죠.
전자는 글자를 알아 지식이 있는 고로 잘 쓸 수도 있고 잘못 쓸 수 도 있지만 후자는 글자에 관해 무지하여 잘못 쓸 수밖에 없으므로.
또 씨름을 하는데 힘과 기술이 있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일부러 지는 사람과 기술과 힘이 달려 질 수밖에 없는 사람 중 누가 더 선한가? 라고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옵니다.
전자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후자는 질 수밖에 없는 거죠.
여기서 힘과 기술의 우위를 선, 그 열등함을 악이라 한다면 일부러 지는 전자, 즉 능력이 있는 사람이 선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이런 예는 많이 나오지만 생략하고요,, 마지막엔 이런 아리송한 결론에 대해 의문을 일으켜 그럼 결국 일부러 악을 저지르는 사람이 선하다는 결론을 그대로 믿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라는 반문이 나오고 대화는 혼미 속에 빠진 채 끝나게 됩니다.
어느 쪽이 더 선하고 악한 사람인지 잘 알 수가 없게 되었다는 얘기죠.
이 점을 안티조선 문제에 연결시키면 이렇게 됩니다.
엄밀히 말해 미래의 선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거나 극소수일 것입니다.
누군가 좋다고 아름다운 부인을 얻었을 때, 그 결혼이 최종적으로 그에게 득이 될지 손이 될지는 분명치 않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잘 나가던 그가 사업에 실패했을 때, 그 부인이 돌연한 가난을 참지 못하고 신경질을 부린 끝에 남편에게 상처만 주고 나가버릴지, 재기할 때까지 남아있을지 알 수 없고, 유별난 허영심 때문에 재산을 축낼지도 모르며, 미모 때문에 스캔들을 일으켜 남편에게 심적 고통을 줄지도 모릅니다.
또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좋게 보여 당선되고자 온 힘을 쏟아 매진한 끝에 뜻을 이루었지만 임기가 끝날 즈음엔 본인 자신이나 제삼자의 마음에 차라리 처음부터 하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이 선이라고 굳게 믿었던 일이 얼마 후에 악한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반대로 악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후에 선한 일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선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을 향해 힘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의 일도 이런 개인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선이라고 생각해서 채택한 정책이 악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악하다고 여겨지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의외로 좋은 결과가 뒤따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말은 인간적인 노력을 아무리 해봐야 운명 앞에는 소용없다는 식의 얘기는 전혀 아니고요,
말하고 싶은 것은 국가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니면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확신에 찬 소리로, 또는 크게 외치는 사람들이 좀 우습게 보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미래에 관해 어느 것 하나 분명히 예언할 수 있는 처지에 있지 못하는 인간이 국가라는 큰 배를 끌고 가는데, 올바른 기착지를 향해 그 방향과 속도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자부하며 서로 끌고 가려는 꼴이죠.
어떤 선원은 바른 쪽으로 30도를 틀어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선원은 지난번에 바른 쪽으로 40도를 틀었었는데, 하늘의 별자리가 예상한 대로가 아니니 이번엔 왼쪽으로 80도를 돌려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나 실은 지난번에 바른 쪽으로 40도를 틀었었지만, 한 번 더 바른쪽으로 50도를 더 틀어야 할지, 왼쪽으로 20도만 돌려야 할지 분명한 것은 알기 어렵습니다.
제 말은 그런 일에 관해 목소리 큰 사람들이 사실 따져보면 인간이나, 인간이 모인 사회나 국가나 이 모든 것을 통할하여 움직이는 힘(그런 것이 있다면)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거죠.
이 말은 조선일보 쪽의 수구, 보수가 주장하는 내용이나 진보 쪽의 주장 중 어느 쪽이 더 미래의 국가이익에 합당한가를 가리기가 사실은 매우 어렵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난 답변에서 지엽적인 사안보다 국가가 당면한 문제 자체에 천착해야 한다고 말했고 지엽적인 문제가 핵심문제를 가리거나 덮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거죠.
아무튼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렇게 됩니다.
양측은 "분명히 알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것", 즉 미래의 선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실은 무지한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이고, 사람들은 그런 무지함을 사방으로 드러내거나 그로 인해 저질러지는 잘못에는 대체로 관대하면서(즉, 위에서 예로든 몰라서 불가피하게 저지르는 잘못, 또는 무의식적으로 저지르는 잘못)무엇에 민감하게 분노하느냐 하면 알면서 저지르는 잘못(즉, 조선일보의 일부 보도 태도와 같은 것)에는 참을 수 없다는 자세를 취한다는 거죠.
지난 제 답변에서 눈에 보이는 잘못(정작 중요한 문제에 비하면 사소한 것,1%정도라고 표현한 것)에는 분노하면서 편집방침이나 기사배치, 특정성향의 칼럼, 사설의 편향기고 등으로 여론을 특정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점(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판단을 선도하는 것, 99%라고 표현한 부분, 진보, 보수 양쪽 신문들이 모두 행하고 있는 것)에는 무심하다고 말한 부분이 이와 같은 점을 말한 겁니다.
즉, 가장 중요한 문제에 관해 사실 보수와 진보 양측이 모두 무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죠.
암중님은 조선이나 한겨레나 누가 더 나은지 모르겠다고 한 제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는데 바로 위와 같은 관점에서 같다는 얘깁니다.
진보 쪽 사람들은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 외 지엽적인 문제를 말한다면, 암중님이 말씀하는 조선의 보도태도와 같은 것을 인정하여 그에 더한다면 조선일보가 1% 정도 더 부담을 짊어질 것이라는 말입니다.
제가 비판하는 점이 있다면 1% 정도의 가증스러운 잘못에는 그토록 목소리를 높이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그 문제를 제대로 보려고도 하지 않는 무심함이 어떻게 보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는 말이죠.
나머지 암중님이 말씀한 거대 언론 권력은 비판받아야 한다든가, 일제청산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든가, 족벌식 경영양태는 비판받아야 한다던가 하는 문제는 결국 역사와 사회를 관통하는 거대담론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부분적으로 일리는 있지만 저는 그런 쪽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말은 무성해지지만 얻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가에 있어 미래의 선이 무엇인가를 아는데 위와 같은 담론이 필요하다면 담론 전체의 일부로써 들어보고 질문도 하고 배워보고도 싶습니다.
위와 관련하여 현재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만일 친일파가 하는 말이 옳다면 그 말을 인정해야 하고,, 그 말이 실천적인 면을 포함한다면 그대로 행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럼 다시 제 주장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 되죠.
양측이 국가경영에 관하여 내놓는 말의 내용에 주목하고, 최선을 다하여 판별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에 와서는 제가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제에 천착한다는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말미에 말씀한 "언론과 민주주의"에 대해서 저는 별로……. 아니 거의 아는 것이 없습니다.
얘기를 나눠보고는 싶지만 암중님이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먼저 암중님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시면 제가 질문을 해도 괜찮고,
제게 먼저 간단한 질문을 해도 좋습니다.
어쨌든 제 의견을 말할 테니까요.
아니면 오늘 글에서 의문점을 질문하셔도 좋습니다.
그럼 바통을 넘겨드리죠.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