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겸地山謙
彖曰 謙亨 天道下濟而光明 地道卑而上行 天道虧盈而益謙 地道變盈而流謙
단왈 겸형 천도하제이광명 지도비이상행 천도휴영이익겸 지도변영이유겸
鬼神害盈而福謙 人道惡盈而好謙 謙尊而光 卑而不可踰 君子之終也
귀신해영이복겸 인도오영이호겸 겸존이광 비이불가유 군자지종야
단에서 말하기를 “겸형(謙亨)은 하늘의 도가 아래로 내려와 광명하고, 땅의 도는 낮은 데서 위로 올라간다. 하늘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비게 하고 겸허한 것을 더해 준다. 땅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변하게 하며 겸허한 데로 흐르고, 귀신은 가득 찬 것을 해치고 겸허함에는 복을 주고, 사람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미워하고 겸허한 것을 좋아하나니, 겸(謙)은 〈상대를〉 높임으로써 〈내가〉 빛이 나고, 〈내 몸을〉 낮추되 〈중용지도를〉 넘지 아니하니, 〈이것이〉 군자의 마침이다”고 하였다.
주역 아산학회 편 地山謙 중에서 -
많이 공부하고 지식이 풍부하고 경험이 많은 학자에게 누군가 찬사를 건넨다. “선생님께서는 정말 막힘이 없으시군요. 저희로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에 이르신 것 같습니다.” 그러자 그 학자가 대답한다. “제가 아는 것이라고 해봐야 별 것이 아닙니다. 그저 책을 좀 더 읽을 기회가 있었던 것뿐입니다.” 사람들은 그가 학식에 더하여 겸허함의 미덕까지 갖춘 인격자로 평가한다.
그런데 그 학자의 대답은 그저 예의를 차리는 겸손만은 아니다. 그는 어떤 중요한 문제든 항시 그 최종 근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사리를 올바로 분별하고 명확한 설명을 도출해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실제로 지금까지 어떤 중요한 문제 하나도 자신이 제대로 완벽히 해결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사실대로, 있는 그대로 대답한 것일 뿐이다. 그는 자신이 특별히 겸손한 사람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말을 건넨 사람에게 그는 겸손한 사람으로 있다. 단지 겸손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겸손한 사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