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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린다 팡하

 

 왕은 물었다.

 

눈의 식별작용이 일어나는 곳에는 어디나 마음의 식별작용도 일어납니까?”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눈의 식별작용이 일어나는 곳에는 어디나 마음의 식별작용도 일어납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먼저 일어납니까?”

 

안식眼識이 먼저 일어나고 의식意識이 다음에 일어납니다."

 

그러면 안식이 의식에게 내가 일어나는 곳에 너도 일어나라.’고 명령합니까? 아니면 의식이 안식에게 네가 일어난 곳에 나도 일어나겠다.’고 일러줍니까?”

 

대왕이여, 그렇지 않습니다. 兩者 사이에는 아무런 상의도 없습니다.”

 

그러면 존자여, 안식이 일어나는 곳에 어떻게 의식이 일어납니까?”

 

경향傾向, 下行, 向門과 습관習慣, 습숙習熟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여 그러합니까?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안식이 생기는 곳에 의식이 생기는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비가 올 때 물은 어디로 흘러갑니까?”

 

지면의 경사를 따라 흐릅니다.”

 

비가 또 온다면 그 물은 어디로 흘러갑니까?”

 

첫 번째 물이 흘러간 곳과 같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어째서 그러합니까? 첫 번째 물이 두 번째 물에게 내가 흘러가는 곳으로 너도 흘러오라고 일러줍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양자 사이에는 아무런 상의도 없습니다.

 

각자가 지면의 경사를 따라 흘러갑니다.“

 

대왕이여, 꼭 그와 같습니다. 안식이 일어나는 곳에 의식이 일어나는 것은 경향성 때문입니다. 안식이 의식에게 내가 일어난 곳에 너도 일어나라.’고 명령하지도 않으며 의식이 안식에게 네가 일어난 곳에 나도 일어나겠다.’고 상의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없습니다.

 

그와 같이 일어나는 것은 모두가 경향성 때문입니다.“

 

그러면 안식이 생기는 곳에 의식이 생기는 것은 이 있기 때문이라는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가령 어떤 나라에 변방 도성이 있는데 그 성은 망탑과 성벽으로 튼튼하게 쌓여 있고 문이 단 하나 있다고 합시다.

 

사람이 그 도성으로부터 나가려고 하면 어떻게 나가겠습니까?“

 

그 성문으로 나갑니다.”

 

만일 또 다른 사람이 그 성을 떠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나가겠습니까?”

 

첫 번째 사람과 꼭 같은 성문으로 나갑니다.”

 

어째서 그러합니까? 먼저 사람이 다음 사람에게 너는 내가 나가는 곳으로 나가라.’고 일러주었습니까? 아니면 다음 사람이 먼저 사람에게 네가 나가는 곳으로 나도 나가겠다.’고 말했습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연락도 없습니다.

 

그들은 성문이 있기 때문에 그곳으로 나가는 것뿐입니다.“

 

대왕이여 안식과 의식에 있어서도 꼭 그러합니다.”

 

그러면 안식이 생기는 곳에 의식이 생기는 것은 습관이 있기 때문이라는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한 수레가 앞서 갔다면 다음 수레는 어느 길로 가겠습니까?”

 

처음 수레와 꼭 같은 길로 가겠습니다.”

 

앞 수레가 뒤 수레에게 내가 간 길로 가라.’고 말했습니까? 아니면 뒤 수레가 앞 수레에게 네가 간 길로 가겠다.’고 말했습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두 수레 사이에는 아무런 통화도 없었습니다. 다음 수레가 습관성에 의하여 처음 수레를 따라갔습니다.”.”

 

대왕이여, 안식과 의식에 있어서도 꼭 그러합니다.”

 

그러면 습숙習熟 이 있기 때문에 안식이 새기는 곳에 의식도 생긴다는 것을 비유로 설명해 주십시오.”

 

대왕이여, 부호술符號術, 인술印術, 산술算術, 목산目算, 습자習字의 기술에 있어서 초보자는 처음은 서툴지만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세심한 주의와 연습에 의하여 숙달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습숙에 의하여 안식이 일어나는 곳에 의식도 일어납니다.”

 

존자는 그밖에 청각이나 미각이나 후각이나 촉각들의 식별작용이 있는 곳에 마음의 식별작용도 일어난다는 것을 같은 방법으로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의식은 어느 경우에나 감각에 이어 일어나지만, 兩者 사이에는 교제나 통신이 있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왕은 물었다.

 

존자여, 의식이 있는 곳에 언제나 감수도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의식이 일어나는 곳에는 접촉과 감수와 표상意向, 와 성찰省察

고찰考察들이 있습니다.”

 

- 미린다 팡하 서 경수 역 중에서 -

 

이승과저승 생각 : 미린다 팡하는 서기전 150년 경, 서북 인도를 지배한 그리스 왕 메난드로스(인도명 미린다)와 불교 경전에 정통한 학승 나가세나 사이에 오고 간 대론서라고 한다.

경에 나오는 미린다 왕의 질문들은 어찌 보면 상당히 초보적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대신 변두리에서 어영부영하지 않고 바로바로 핵심을 묻고 있다.

그리고 나가세나 존자는 그 질문 각각에 일관되고 유창하게 비유로 응답하는데 매우 매력적인 학승의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볼 것은 비유라는 응대 방식이다.

비유는 장황해질 수 있는 설명이나 논증을 짤막한 문장으로 대신할 수 있고 비교적 알아듣기 쉬우며, 듣는 이를 감동시키는 힘도 있다.

비유로 말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고 다른 방식으로 말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어떤 교리를 믿게 하거나 그의 마음을 움직여 계속 탐구하게 하거나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단속하게 하는 등의 실천적 영역을 지배하는 힘은 다른 어떤 표현 방식에 뒤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 비유라는 표현법을 굳이 낮춰볼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표현법은 말이나 글의 목적에 합당하게 골라 쓰면 될 것이지만 어떤 방식이든 불필요한 오남용은 소통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피로감을 더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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