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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회상 10

  또 어느 날, 나는 크리톤이32)이 자신의 사업을 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아테네에서의 생활은 고통스러운 일이 많다고 말하는 것을 소크라테스가 듣고 그와 담론한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두세 사람이 나에게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내가 그들에게 어떤 해를 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은 내가 귀찮은 일에 걸려들기보다는 오히려 돈을 내겠지 하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 것일세.”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하나 묻겠는데, 크리톤. 자네는 승냥이가 자네의 양떼를 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를 몇 마리씩이나 기르고 있지?”

기르고 있지. 길러두는 편이 훨씬 덕이니까.”

그러면 자네에게 해를 가하려고 기도하는 자들을 막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또 그러한 소질이 있는 사람을 개전(改悛)시키려고 생각하지도 않는 것인가?”

물론 그 사나이가 나에게 덤벼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만 없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네.”

자네는 그와 같은 사나이를 상대할 때는 그를 기쁘게 해 주고 덕을 보는 편이 화를 나게 해서 덕을 보는 것보다 훨씬 유쾌한 것임을 모르는가?

이 시()에는 자네와 친교만 맺을 수 있다면 소중한 명예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믿게나.“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아르케데모스라고 하는, 변설(辯舌)도 능숙하고 수단도 있는, 그러나 가난한 사나이를 찾아냈다.

왜냐하면 이 사나이는 돈벌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하는 따위의 사나이가 아니라, 훌륭한 인물이지만 항상 무고(誣告)로 돈을 갈취하는 자들로부터 우려내는 일은 쉬운 일이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리톤은 보리라든가 감람유(橄欖油)라든가, 포도주라든가, 양모라든가 그 밖에 생활에 필요한 농작물을 수확할 때엔 얼마만큼씩 아르케데모스에게 보내고, 제사를 지낼 때엔 초대하여 가능한 한 모든 기회를 포착해서 마음을 썼던 것이다. 아르케데모스 쪽에서는 크리톤의 저택을 자기의 피난처로 생각하여 대단히 그를 경애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그는 크리톤을 무고하여 그의 재산을 우려내려고 계획하고 있는 자들이 수많은 나쁜 짓을 하고 있고, 많은 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들 중의 한 사람을 상대로 국가로부터 체형 혹은 벌금형을 받게 될 만한 사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그 사나이는 자기에게 여러 가지의 악행(惡行)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르케데모스에게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모든 수단을 다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르케데모스는 이 사나이가 크리톤을 무고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고 그에게 배상금을 지불할 때까지는 완강하게 그의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르케데모스가 이 사건을 위시하여 몇 건이나 되는 이와 같은 종류의 사건을 해결하자, 마치 훌륭한 개를 가지고 있는 양치기가 있는 곳으로 다른 양치기들이 자신들의 양 떼를 데리고 와서 그의 개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것처럼 많은 크리톤의 친구들이 그에게 아르케데모스를 그들의 보호를 위해서 데려갈 것을 부탁하였다. 아르케데모스는 크리톤의 의뢰에 기꺼이 응하여 비단 크리톤뿐만이 아니라 그의 친구들까지도 안온하게 지내게 됐던 것이다.

만약 적이 되어버린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아르케데모스가 크리톤에게서 은고(恩顧)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 아부한다고 하며 비난하면, 아르케데모스는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사람들로부터 호의를 입고 그 호의에 보답하며, 이와 같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좋지 않은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과, 고아(高雅)한 사람들에게 악행을 일삼고 그들을 적으로 만들려고 애쓰며, 악인들과 손을 잡고 친구가 되고, 선인(善人)보다 악인들과 교제하려고 하는 것 중 대체 어느 쪽이 더 수치이겠는가?”

그 후, 아르케데모스는 크리톤의 친구 중의 한 사람으로 알려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크리톤의 친구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었다.

 

32)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에 살았던 아테네의 유복한 시민. 소크라테스와 동년배였으며 가장 깊은 우정을 그에게 보인 한 사람이다.

플라톤의 <<크리톤>>에서는 소크라테스에게 탈옥을 권유하고 있다.

그는 플라톤의 <<파이돈>>, <<변명>>, <<에우튀데모스>>에 나온다.

 

-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최 혁순 역 중에서 -

 

이승과저승 생각 : 소크라테스가 현실적인 문제에 지혜를 빌려주어 지인을 돕는 사례 중 하나로 선량한 사람들의 윈윈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전(改悛)은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고쳐먹음, 은고(恩顧)는 은혜를 베풀어 보살펴 줌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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