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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회상 11

  언젠가 그는 니코마키데스가 선거에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니코마키데스, 누가 누가 장군으로 선출되었나?”

그러자 그는 말했다.

소크라테스, 정말 아테네인 다운 짓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나를 뽑지 않았다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장정 명부에 오른 이래, 대장으로서 또는 군장(軍長)으로서 온갖 고난을 다 겪었으며, 이렇게 부상까지 입은 몸이라네.(그리고 그는 옷을 걷어 올리고 상처를 내보였다)

그런데 그들은 안티스테네스9)를 장군으로 선출했다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중무장을 한 병사로서 싸워 본 적도 없으며, 또한 기병으로서 아무런 눈부신 활약을 한 적도 없이, 오직 돈벌이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나이를 말일세.“

그러나 병사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공급할 능력이 있는 자라면 그건 아주 잘 된 일이 아니겠나.”

그러나 돈벌이하는 능력이라면 상인에게도 있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군대를 통솔할 수 있는 것은 아닐세.”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그러나 안티스테네스는 또 승리를 거두는 일에도 열성적인 사람이네. 이건 장군이 되려는 자에겐 필수 조건일세. 자네는 그가 가무단의 부담(負擔)을 인수할 때마다 반드시 모든 가무단에 성공한 사실을 모르고 있나?”

그것은 알고 있네. 그러나 가무단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과 군대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은 전혀 사정이 다르네.”

그렇지만 안티스테네스는 음곡(音曲)을 배운 적도 없었고 가무단을 지도하는 데에도 경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뛰어난 사람들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다네.”

아마 군대에 있어서도 그는 다른 사람을 찾아내서 자기를 대신하여 지휘케 하고 자기를 대신해서 싸우도록 할 것이네.”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기로는, 전쟁에 있어서도 가무단과 마찬가지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찾아내서 그들을 등용한다면 여기서도 그는 승리자가 될 것이네. 그리고 일족(一族)과 더불어 가무단의 성공을 위해 자금을 투입한 이상의 성의로써 아마도 전 국가와 더불어 전쟁에서의 필승을 위해 자금을 투입하려 할 것이네.”

소크라테스, 자네는 가무단을 이끌어 나가는데 뛰어난 사람과 군대를 통솔하는데 뛰어난 사람이 같다는 말인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그 일에 필요한 사항을 알고 그 일을 장악할 능력이 있다면, 가령 가무단이든 가정이든, 국가이든, 군대이든 간에 탁월한 통치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일세.”

그러자 니코마키데스가 말했다

전혀 뜻밖이군, 소크라테스. 나는 자네에게서 훌륭한 살림꾼이 탁월한 장군과 같다는 말을 들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네.”

좋네, 그렇다면 양자의 각기 하는 일에 관하여 음미해 보도록 하세. 과연 그것이 동일한지, 아니면 상이한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 말이네.”

대단히 좋은 말이네.”

부하를 자기에게 잘 복종시키고 유순하게 만드는 것이 쌍방의 할 일이 아니겠나?”

암 그렇고말고.”

그러면 적재(適材)를 적소(適所)에 임명하는 일은 어떤가?”

그것도 양자가 해야 할 일이네.”

그리고 열등한 자를 처벌하고 뛰어난 자를 보상(報賞)하는 일이 양자가 모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네.”

바로 그렇네.”

부하의 호감을 사도록 하는 것이 양자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이네.”

역시 그렇네.”

맹우(盟友)와 후원자를 얻는 일은 양자 어느 편에도 이익이 되리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다르다고 생각하나?”

양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걸세.”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잃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쌍방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겠나?”

마땅히 그래야만 하네.”

그리고 자기들의 직분에 열성을 다 하고 분골쇄신하는 것이 쌍방 모두에게 본질적인 것이 아니겠나?”

이것들은 어느 것이나 모두 쌍방에 공통하고 있네. 그러나 싸우는 것은 쌍방의 직분이 결코 아닐세.”

그러나 적은 쌍방에게 모두 없어서는 안 되네.”

과연 그런 것은 있네.”

그렇다면 적에게 이기는 것이 양자 모두에게 이익이 아니겠나?”

그건 그렇네. 그러나 자네가 빠뜨린 말이 하나 있네. 즉 일단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정학(家政學)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런 경우야말로 그것이 가장 쓸모가 있다네. 왜냐하면 훌륭한 살림꾼은 적과 싸워 이기는 것만큼 이익이 되고 득이 되는 것이며, 패배하는 것은 곧 자신이 불리해지고 손해를 보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승리를 가져오도록 도을 수 있는 것을 열심히 찾고 또 준비하며, 반면에 패배로 이끄는 요인을 세심히 조사하고 또 경계하며, 일단 준비가 갖추어지고 승리가 확실시 될 때는 곧 행동으로 옮겨 싸우고, 특히 중요한 것은 준비가 불충분할 때는 싸우는 것을 삼가는 것일세.

니코마키데스, 살림살이에 통달한 사람을 멸시해서는 안 되네.

왜냐하면 개인 업무의 경영과 공공임무의 처리는 다만 양에 있어서 다를 뿐이지 그 외의 점에서는 비슷한 것이며,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쌍방의 어느 것도 인간이 아니고서는 행할 수 없으며, 더구나 개인 업무를 행하는 인간과 공무를 행하는 인간은 결코 별다른 인간이 아니라는 것일세.

왜냐하면 공공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부리는 인간은 개인 사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부리는 것과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일세. 그리고 그들을 다스리는 통솔력을 터득하고 있는 자는 가사를 취급하든 공사를 취급하든 간에 훌륭히 성공을 거두며, 터득하지 못한 자는 그 쌍방 모두에 실패하기 마련일세.“

 

9)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제자. 소크라테스 학파의 하나인 퀴니코스(Kynikos) 학파의 창시자. 세욕(世慾)을 떠난 덕만이 최상의 것이며 쾌락은 기만적인 것이어서 노력의 결과에 의한 쾌락이 아니면 영속적이 아니라고 금욕을 주장하였다.

 

-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최 혁순 역 중에서 -

 

이승과저승 생각 : 여기서도 일의 본질적인 면을 들어 상대를 설득하고 있다.

멀리 동떨어져 서로 무관할 것 같은 일도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 보면 결국 같은 인간의 일이며, 같은 종류의 덕성과 능력이 일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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