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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회상 13

 언젠가 아테네에는 테오도테38)라는 미녀가 살고 있었는데, 승낙만 받을 수 있다면 누구하고나 교제를 하는 여성이었다. 마침 소크라테스의 측근에 있는 어떤 사람이 이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화제로 내놓으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미인이라고 극찬하였다. 게다가 그녀는 화가들이 그녀의 모습을 그리려 고 집으로 찾아오면 그녀는 풍속이 허용하는 한 육체를 드러내 보여준다고 말했을 때,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그렇다면 찾아가서 직접 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지 않겠나? 왜냐하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란 듣는 것만으로는 알 도리가 없기 때문일세.”

그러자 그 이야기를 한 사나이가 여러분 곧 나를 따라 오시오하고 말했다. 그래서 일동이 테오도테의 집을 찾아가니, 마침 그녀는 어떤 화공의 모델을 하고 있는 중이어서 일동은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화공이 붓을 멈추자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여러분, 테오도테가 우리에게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데 대해서 우리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하든지, 아니면 우리가 보아준 데 대해서 그녀가 우리에게 감사를 표해야 하지 않겠소? 만일 보여줌으로써 이 여자에게 이익이 더해졌으면 그녀가 우리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고, 또 바라다봄으로써 우리에게 이익이 더해졌다면 우리가 그녀에게 감사를 드려야 하지 않겠소?”

누군가가 지당한 말이라고 하자, 그는 말을 이었다.

이 사람은 이미 우리들의 칭찬을 받았고 그리고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널리 퍼뜨릴 때에는 더욱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는 바라다본 것만으로 이미 그녀와 접촉하기를 원하여 번뇌를 안고 물러가며, 물러가서는 연모라는 정에 견디지 못할 걸세. 그 결과는 자연히 우리가 그녀의 숭배자가 되고 그녀는 존경을 받는 본존(本尊)이 될 걸세.”

그러자 테오도테가 말했다.

정말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가 여러분께 저를 보아주신 데 대한 사례를 드려야 되겠군요.”

그때, 소크라테스는 그녀가 호사스런 의상을 걸치고 있고, 그녀의 곁에는 그녀의 모친이 역시 예사 것이 아닌 옷과 장식을 달고 있었으며, 또한 많은 아름다운 시녀가 있었는데 더구나 그 시녀들이 그녀를 잘 뒷바라지하고 있었고, 게다가 또 집이 사치스럽게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내게 말해 보시오, 테오도테. 그대는 토지를 가지고 있는가?”

없습니다.”

그런가? 그러면 수입이 있는 셋집은 있겠군.”

셋집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직공은 몇 명쯤 있겠지?”

직공도 없습니다.”

그러면 어디서 생활비를 마련하는가?”

세상 사람들 중에서 저의 친구가 되어 저를 도와주시려는 분이 있으면 그 분이 저의 생활 수단입니다.”

참으로 그것은 훌륭한 재산이군, 테오도테. 많은 친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양이나 산양이나 소떼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낫소. 그러면 그대는 어떤 친구들이 파리처럼 그대에게 모여드는 것을 운에 맡기고 있나, 아니면 자신이 어떤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어떻게 하면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그러한 방법이야 암거미들보다도 더 쉽사리 찾아낼 수 있지. 그대는 이놈들이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먹이를 잡는 것을 알고 있을 테지. 즉 거미는 분명히 엷은 망을 쳐놓고 여기에 날아 들어온 것을 먹이로 삼고 있네.”

그러시다면 저에게도 덫을 치라고 권하시는 말씀인가요?”

아니지, 그토록 귀중한 친구를 그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 그대는 토끼와 같은 극히 하찮은 것을 잡는 데에도 몹시 힘이 든다는 것을 모르나? 토끼란 놈은 한 밤중에 풀을 뜯어먹으러 나오니까 사람들은 밤 사냥에 적합한 개를 이용해서 토끼 사냥을 하지. 그리고 사람들은 토끼가 새벽녘에 도망을 치므로 풀을 뜯고 있던 곳에서 구멍으로 달아난 발자취를 따라서 냄새를 맡으며 뒤쫓아 가서 토끼들을 찾아내는 개들을 따로 구해두지. 게다가 토끼는 굉장히 발이 빠르고 눈앞에서 공공연하게 도주하므로 또 따로 발이 빠른 개를 준비하고 추격해서 잡도록 한다네. 그리고 또 토끼 중에는 이런 개들마저 따라가지 못할 만큼 잘 달아나는 놈도 있으므로 도망가는 길목에 망을 쳐놓고 토끼가 그 속에 뛰어들어 걸리도록 준비해 둔다네.”.”

그럼 저는 어떤 방법으로 친구를 잡으면 좋을까요?”

잘 들어 두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개의 역할을 대신하는 인간을 한 사람 구해야 할 걸세. 그 사람이 당신을 위해서 미인을 좋아하는 돈깨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냄새를 맡아 찾아내고, 찾아내면 이 사람들을 당신의 망() 속에 몰아넣도록 궁리하는 것이네.”

아아! 그렇다면 저에게 어떠한 망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있고말고, 하나 있지. 더구나 그것은 사람을 꽤 잘 잡아끄는 망, 즉 당신의 육체요, 그 속에는 정신이 들어있어서 이 정신에 의하여 당신은 어떠한 눈매를 해야 남을 기쁘게 하고, 어떤 말을 해야 남이 기뻐하는 가를 알 수 있을 것이네. 그래서 진실로 당신을 귀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반가이 맞이하고, 방탕한 마음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축출해 버리며,, 애인이 병중에 있을 때는 마음속으로부터 걱정하며 문병을 가고, 또 무엇인가 훌륭한 성공을 쟁취했을 때는 함께 한없이 기뻐하며, 당신이 괴로워할 때 한없이 당신을 걱정해 주는 사람에게는 모든 정성을 다 바쳐서 정애(情愛)를 나타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네. 당신은 사랑의 기교란 오직 요염하게만 해가지고 사랑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다해서 부드럽게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네. 그리고 또 나는 당신이 당신의 애인에게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로써가 아니라 실지로 보여줌으로써 납득시켜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네.”

어쩌면, 그럴 수가. 사실 저는 그러한 일들에 관하여 무엇 하나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자연의 섭리에 부응하여 올바른 태도를 가지고 사람들을 접한다는 사실은 대단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네. 사실 완력을 가지고서는 친구를 잡을 수도 잡아둘 수도 없겠지만 친절과 유열(愉悅)을 가지고 한다면 사람들을 잡을 수도 있고, 잡아둘 수도 있는 것이라네.”

사실 그렇겠군요.”

그래서 우선 당신은 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든 선뜻 해줄 수 있는 일을 부탁해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네. 그다음에 당신은 그 사람의 요구에 선뜻 호의를 가지고 보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네. 이런 식으로 한다면 그 어느 누구보다도 진실한 친구가 생기고, 언제까지나 애정이 변하지 않으며, 친어버이와 같은 친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네. 호의(好意)라는 것은 상대방이 갈증을 느꼈을 때, 이쪽에서 베풀어줌으로써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네. 당신도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훌륭한 성찬(盛饌)도 그다지 먹고 싶지 않을 때 내놓으면 맛없게 보이고, 배가 부를 때라면 가슴이 메스껍기까지 하는 것이라네. 그러나 배가 고플 때 내놓으면 맛없는 음식도 극히 맛있는 음식으로 생각되는 것이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집으로 놀러 오는 사람에게 공복(空腹)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우선 배가 부른 사람들에게는 포만감(飽滿感)이 사라지고 다시 배가 고파질 때까지 이쪽에서 먼저 음식을 제공하지 않아야 하네. 그다음에 배가 고파 오고 있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그 이상 훌륭한 교제라는 것이 없다는 것과 승복(承服)하는 것을 주저하는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상대의 식욕을 자극하면서 최대한으로 피하고 있으면 될 것이네. 왜냐하면 그때야말로 같은 선물일지라도 욕심나지 않을 때 주는 것보다도 가치가 전혀 틀리기 때문이네.“

그러자 테오도테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당신은 저의 협력자가 되어 친구를 만들어 주시지 않습니까?”

물론 당신이 나를 설득(說得)시킬 수만 있다면 당신의 협력자가 될 수도 있을 걸세.”

그러면 어떻게 하면 제가 당신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자신이 방법을 찾아내고 혼자서 궁리를 해야지, 내가 어떻게 말해줄 수 있겠나?”

그렇다면 종종 저희 집에 와 주십시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한가함을 농담 삼아 말했다.

하지만, 테오도테. 나에게는 좀처럼 한가한 시간이 없네. 자신의 일도 많이 있고 공적인 용무로도 매우 바쁘네. 게다가 예쁜 처녀39)들이 많이 달라붙어 있어서 밤이나 낮이나 나를 놓아주지 않고, 사람을 매혹시키는 약이랑 주문(呪文)의 노래를 내게서 배우고 있기 때문에 말이네.”

아아! 그렇다면 당신은 그런 일들까지도 알고 계신단 말씀입니까, 소크라테스?”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이 아폴로도로스40)나 안티스테네스가 내 곁을 결코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떠한 이유로 케베스와 심미아스가 테바이에서 나를 찾아왔겠는가? 내가 보증(保證)하건대, 그 까닭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약이랑, 주문이랑, 물레바퀴41)의 힘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네.”

그렇다면 그 물레바퀴를 저에게 빌려주세요. 저는 그것을 돌려서 먼저 당신을 유혹할 테니까요.”

하지만 사실 나는 당신에게 유인당하고 싶지 않네. 다만 나는 당신이 내게로 오는 것만을 희망할 뿐이지.”

“가고말고요. 다만 저를 환영만 해주십시오.”

“환영하고말고, 만약 우리 집에 당신보다 좋아하는 처녀가 없기만 한다면 말이네.”

 

38) 이른 바 ‘hetairai’의 한 사람이며, 알키비아데스가 총애한 여인이었다. 알키비아데스가 프뤼기아에서 죽었을 때, 이 여인이 그를 자기의 옷으로 감싸서 매장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39) 제자를 가리킴

40) 소크라테스를 거의 열광적으로 좋아한 제자. 플라톤의 <<향연>>, <<파이돈>>에 나오며, <<변명>>38B에도 이름이 나온다.

41) ‘쥔크스(Jynx)’는 본래 새의 이름. 딱따구리와 비슷한 모양을 한 새. 개미잡이(Jynx torquilla)는 교미기(교미기)에 기묘하게 목을 비트는 습성이 있는 새. 이것을 물레바퀴에 달아 빙빙 돌려서 변심한 애인의 마음을 돌이키는 주문에 사용했다. 후에는 새를 달지 않고 물레바퀴만을 빙빙 돌려 주문을 외웠다. 유명한 테오크리토스의 시 <Theokritos >에서 볼 수 있는 쥔크스는 이미 새가 아니다.

 

-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최 혁순 역 중에서 -

 

이승과저승 생각 : 저자인 크세노폰은 아무래도 詩的인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이 부분의 내용은 詩的인 정취(情趣)가 있다.

그리고 대화의 상대자를 자신의 뜻대로 다룬다는 소크라테스의 언변에 대한 평가가 다시 확인되는 장면이다.

많은 사람이 사귀고 싶어 하는 당대의 미녀에게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최선의 충고를 하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그의 주위에 추종자들이 밤낮없이 따라다니는 이유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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