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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회상 16

 나는 그가 훌륭한 지위(地位)를 동경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 동경하는 것에 정려(精勵)하게 함으로써 도움이 되었던 사실을 여기서 말해 보고자 한다.

어느 날, 그는 디오뉘소도로스1)가 아테네에 와서 장군학(將軍學)을 가르친다고 발표한 것을 듣고, 그의 제자 중의 한 사람이 이 지위를 국가로부터 얻으려고 원하는 자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 제자를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보게, 국가를 위해 장군이 되려고 원하고 있는 자가 그러한 학문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도 그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일세. 그리고 그런 사람은 조각기술(彫刻技術)을 배우지도 않고 조각을 한다는 사람보다도 훨씬 더 엄중한 처벌을 국가로부터 받아야 마땅할 것이네. 왜냐하면 전시의 위험 상태에 있어서는 전국가가 장군의 수중에 위임되는 것이므로 그가 훌륭히 책임을 완수할 때는 위대한 업적을 낳고 그가 실수를 범할 때는 돌이킬 수 없는 화()를 가져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이것을 배우려 하지 않고서 오로지 선출되기만을 바라는 자가 어찌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이런 말로 그의 제자를 설복시켜 배움터로 보냈다. 그리하여 그의 제자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소크라테스는 그를 맞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어떤가 자네, 호메로스가 아가멤논2)을 위풍당당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자네도 장군학을 배웠으니 제법 위풍당당한 모습을 더욱 빛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왜냐하면 비파(琵琶)를 배운 자는 비록 비파를 타지 않는다 해도 비파사(琵琶師), 의술을 배운 자는 비록 의료 행위를 행하지 않더라도 의사인 것과 같이, 비록 아무도 자네를 장군으로 선출해주지 않더라도 자네는 이제부터는 영원히 장군일세. 그런데 지식을 지니고 있지 않는 자는 비록 모든 사람이 거족적으로 선출해 주려고 해도 장군이나 의사가 될 수 없다네. 그래서 만약 우리들 중 누군가가 군장(軍長) 또는 대장(隊長)으로서 자네의 휘하(麾下)에서 일할 경우, 전술에 관해 한층 이해를 돕기 위해서 자네가 장군학을 무엇부터 배워 왔는지 얘기 좀 들려주게나.”

최초에 배운 것도 최후에 배운 것도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진열(陳列) 배치만을 가르쳤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장군학의 일부분에 불과하지 않은가. 장군은 전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게다가 병사들에게 양식을 공급해야 하며, 그리고 기책(奇策)을 종횡으로 구사해야 할 뿐 아니라, 활동적이고 용의주도하며, 강의(剛毅)하고 기민(機敏)해야 하며, 유화(柔和)하면서도 잔인해야 하며, 솔직하면서도 책모적(策謀的)이어야 하고, 신중하면서도 교활하고, 낭비적이면서도 약탈적이고, 호기스러워야 하고, 탐욕적이어야 하며, 수비를 견고히 하면서도 공격적이어야 하고, 그 외에 광범위한 일에 선천적으로 혹은 수학(修學)에 의해서 삼군(三軍)을 통솔하기 위하여 연달(練達)되어 있어야 하네. 전열 배치에 숙련되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네. 왜냐하면 군대는 진열이 훌륭하게 배치된 것은 아무렇게나 배치된 것과 비교하면 굉장한 차이가 있기 때문일세. 그것은 마치 돌과 벽돌과 재목과 기와가 난잡하게 내던져져 있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지만, 이에 반하여 건축에 있어서와 같이 썩거나 무너지는 일이 없는 돌과 기와가 아래위에 배치되어 있고 중간에 벽돌과 재목이 조립된다면 그때는 참으로 가치 있는 재산, 즉 가옥이 완성되는 것과 같은 것이라네.”

그렇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왜냐하면 전쟁에서는 가장 강한 병사를 선두와 후미에 배치하고, 중간에는 가장 나약한 병사를 배치하여 선두에서는 인도하고 후미에서는 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만약 그가 우수한 병사와 열등한 병사를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쳤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자네가 배운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예를 들면 만약 그가 자네에게 명령하기를 가장 상품인 은화를 선두와 후미에 놓고 중간에는 가장 하품인 은화를 넣도록 해놓고 진짜와 가짜와의 식별법을 가르치지 않았다면 자네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이네.”

그런데 이것은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스스로 우수한 병사와 열등한 병사를 판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그 판별을 올바르게 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 보지 않겠는가?”

생각해 보겠습니다.”하고 그의 제자는 말했다.

만약 돈을 약탈할 필요가 있다면 금전욕이 가장 많은 인간을 선두에 배치하는 것이 올바른 진형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위험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명예를 가장 원하는 사람들을 선두에 배치해야 하지 않겠는가?”

과연 그러한 사람들이야말로 무용(武勇)을 나타내기 위해 자진해서 위험한 곳으로 향하는 사람들입니다. 더구나 그러한 사람들은 좀처럼 뒤섞이지 않습니다. 모든 곳에서 눈에 띄므로 쉽사리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병사의 배열법만을 가르쳤는지 아니면 군열의 각 부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 것도 가르쳤는가?”

전혀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투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항상 같은 배열(配列)이나 같은 진군으로 향할 수는 없다네.”

그런데 사실상 그것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습니다.”

그런가, 그러면 다시 한 번 가서 잘 듣고 오게나, 만약 그가 알고 있으며, 염치를 아는 자라면 자네로부터 돈을 받고, 게다가 불완전한 교육을 베풀어 돌려보내는 것을 부끄러워할 것일세.”

 

1)키오스 사람. 아테네에서 병학(兵學)을 가르쳤고 후에 소피스트가 되었다.

플라톤의 <<에우튀데모스>>에 이름이 나오는 에우튀데모스의 형제.

2) <<일리아스>> 3170. 아가멤논은 트로야 전쟁의 그리스 군의 총사령관.

 

-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최혁순 역 중에서 -

 

이승과저승 생각 : 소크라테스는 전투 준비에 필요한 사항부터 실제 전투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거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필요한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을 부각하며, 그 쓸모를 확인하는 것도 소크라테스가 매번 착안하는 중요한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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