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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회상 18

 또 언젠가 나는 그가 기마군(騎馬軍)의 통감(統監)으로 선출된 자와 다음과 같이 담화한 것을 알고 있다.

젊은이, 자네는 무슨 목적으로 기마통감이 되기를 원했는지 우리에게 말해줄 수 있겠나? 왜냐하면 설마 자네가 기마대의 선두에 서서 돌진하려 하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일세. 선두에 서서 돌진하는 것은 기마 궁병(弓兵)이 맡은 임무로서 실제로 그들은 기마통감보다도 앞장서서 돌진한다네.”

사실입니다.”

그것은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위함도 아닐 것이라 생각되네. 사실 미치광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지니까 말일세.”

역시 말씀하시는 바와 같습니다.”

모름지기 자네는 휘하의 기마대를 더욱 우수하게 만들어서 국가에 귀속시키고, 일단 유사시에는 이들을 통솔하여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원했을 것이네.”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게 할 수만 있으면 확실히 훌륭한 일일 것이네. 그러나 자네가 선출된 직분은 필경 마필(馬匹)과 기수를 통솔하는 일일 것이네.”

, 바로 그것입니다만.....”

그렇다면 우선 어떻게 하여 마필을 개량하려는지 그것을 우리에게 말해 보게나.”

하지만 그것은 저의 직분이 아닌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각자가 제각기 자기의 말을 돌봐 주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만일 어떤 자들이 끌고 오는 말은 다리가 튼튼치 못 하거나 또는 말굽이 상하거나 또는 병약하며, 어떤 자들이 끌고 오는 말은 먹성이 좋지 않고 함께 따라서 달릴 수 없는 말뿐이며, 어떤 자들이 끌고 오는 것은 사나운 말로서 대열 중에 세우려 해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어떤 자들의 말은 차는 버릇이 심해서 대열 중에 들여놓을 수조차 없다고 한다면, 자네는 이 기마대에서 무슨 이익을 얻겠는가? 또는 어떻게 해서 자네는 이런 기마군의 통감으로서 국가에 충성을 다할 수 있겠는가?”

과연 지당한 말씀입니다.

역시 될 수 있는 한 마필에 관심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어떤가? 기마 병사도 개량해 보지 않겠나?”

해 보겠습니다.”

자네는 우선 그들이 한층 능숙한 기마병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걸세.”

과연 그렇게 해야 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누군가 혹시 낙마하더라도 생명을 잃는 일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다음으로 마침내 과감한 행동으로 옮길 필요성이 생겼을 경우, 자네는 평소의 훈련장과 같은 모래벌판5)으로 적을 유인하도록 명령하든가, 아니면 적이 있는 곳과 같은 지세의 장소에서 조련을 하도록 주의해야 할 걸세.”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면 어떤가? 마상에 탄 채로 될 수 있는 한 많은 적을 투창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연습도 하겠는가?”

이것 역시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지요.”

기마병의 용맹심을 분발시키고 적개심을 불타오르게 하여 한층 과감하게 행동하도록 해본 적이 있는가?”

이전에는 어찌 되었든 이제부터는 반드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병사들이 자네의 명령에 따르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봤는가? 자네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인마(人馬)가 제 아무리 우수하고 과감할지라도 아무 쓸모가 없을 것이네.”

바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어떻게 하면 가잘 훌륭하게 그들을 명령에 복종케 할 수 있겠습니까?”

자네는 아마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네.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이란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기꺼이 복종하게 마련이네. 그러므로 병이 났을 때는 의술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가장 잘 복종하고, 항해를 할 때는 조타술(操舵術)이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농경(農耕)에 있어서는 농경에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에게 복종하는 법일세.”

과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마술에 있어서도 어찌해야 하는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어떤 사람도 가장 잘 복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네.”

그렇다면, 선생님. 제가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이라는 것이 판명되면 그것만으로 써 다른 사람들을 저에게 복종시킬 수 있습니까?”

그것과 또 복종하는 것이 한층 명예롭고, 한층 안전하다는 것을 그들에게 가르치면 그것으로 충분하네.”

그러면 어떻게 이것을 가르쳐야 되겠습니까?”

그것을 가르치는 방법으로는 악이 선을 이기고, 또 유익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보다도 훨씬 용이한 일이네.”

기마통감은 그 밖에 여러 가지 조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웅변도 잘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자네는 무언으로 기마군을 통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첫째, 우리들이 사회의 관습에 따라서 배우고 깨달은 가장 귀중한 지식, 즉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길을 깨달은 것은 모두 언어를 통해서 배웠다는 사실을 자네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가? 그 밖에 어떤 좋은 지식을 자네가 깨달았더라도 그것은 모두 언어의 덕분일 것이네. 그리고 사물을 가르치는데 가장 능숙한 사람은 언어를 사용하는 재주에 가장 뛰어난 사람이고, 심오한 학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일수록 훌륭하게 말하고 있지 않는가? 혹시 또 이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가? 우리 국가에서 조직되는 가무단(歌舞團), 예를 들면 델로스섬에 파견되는 가무단6)이 만들어질 때, 어떤 국가도 이에 비길만한 것을 단 하나도 만들지 못했으며, 또 어떤 국가도 그 인선(人選)의 우수한 점에서 우리 국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일세.“

실로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테네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뛰어난 것은 소리의 아름다움이나 신체의 크기나 완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명예를 사랑하는 정신에 있는 것이며, 이 정신에 의해 아름다움을 이룩하고 이름을 떨치도록 격려를 받게 되는 것일세.”

역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또, 우리나라의 기마군에 대해서도 누군가가 마음을 기울여서 무기와 마필의 정비, 철저한 훈련과 적을 향해 감연히 돌진하는 마음의 자세, 그리고 또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칭송과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이 점에서 역시 훨씬 뛰어날 것이라고 자네는 생각지 않는가?”

,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면 주저하지 말고 이 정신을 사람들에게 고취(鼓吹)함이 좋을 것이네. 그렇게 하면 자네 자신의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도 또한 자네 때문에 이익을 얻게 될 것일세.”

,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5) ‘ammos’, 즉 모래를 깐 넓은 경마장

6) 아테네 사람이 델로스의 아폴론 제례(祭禮)에 파견한 종교 사절(Theoria)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제례(Penteteris) 외에 매년 한 번씩 파견되었다.

 

-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최혁순 역 중에서 -

 

이승과저승 생각 : 요즈음 기업이 구직자에게 요구하는 것 중 하나가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업무 능력이라고 한다. 대학에서 여러 가지 이론을 배우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이고, 업무 현장에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토록 하려면 다시 별도로 사내 교육을 시키든가, 일정 기간 수습을 받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문적 소양과 관련해서도 그런 구분이 있다면, 여기 소크라테스 회상에 실린 여러 가지 사례들은 독자가 즉시 삶의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각각의 사례에서 상대방이 자신을 돌아보도록 촉구하고, 자신의 일을 분명히 파악하도록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능력을 점검하고 나아가 향상하도록 요구한다.

자기 자신을 잘 살피는 성찰이 인문적 소양의 첫걸음이라면 여기 사례들은 단도직입적으로 그 점을 드러내 보여주는 동시에 독자도 그런 성찰에 동참할 것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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