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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회상 20

회식47)을 위해서 모일 때, 어떤 자는 소량의 안주48)를 지참하고, 어떤 자는 다량의 안주를 지참해 오는데, 소크라테스는 소량의 몫을 공동의 안주에 넣게 하든가, 또는 각각 그 일부분을 분배케 하든가 했다. 그래서 많이 가지고 온 사람들은 함께 안주를 얻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동시에 자기들이 가지고 온 몫을 이것에 보태지 않을 수 없게 되어, 그들도 자기들의 안주를 공동의 안주에 보태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금밖에 가지고 오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더 많이 먹지도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주에 많은 비용을 쓰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또 어느 날, 그는 회식에 참석한 어떤 사람이 빵은 먹지 않고 반찬(안주)만 집어먹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마침 그때의 화제가 물건에 붙여진 이름으로, 각기 이름은 어떠한 행위에 대하여 붙여져 있는가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말했다.

제군, 대체 인간이 어떠한 행위를 할 때에 반찬 벌레’49)라고 불리어지겠소? 누구나 반찬이 곁에 있으면 빵과 함께 이것을 먹지만, 그러나 이것으로는 아무도 반찬 벌레라고 부르지는 않소.”

그렇지, 그렇게는 부르지 않습니다라고 일동 중의 한 사람이 말했다.

그러면 만약 어떤 사람이 운동과 단련을 위해서가 아니고50) 다만 향락을 위해서 빵 없이 반찬만을 먹는다고 한다면, 이러한 사람을 반찬 벌레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반찬 벌레라고 불릴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자 그곳에 있었던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소량의 빵에 많은 반찬을 먹는 것은 어떻습니까?”

나는 그러한 경우도 역시 반찬 벌레라고 불려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오.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신에게 곡식의 풍년을 기도드리고 있을 때, 생각건대 이 사나이는 반찬의 풍년을 기도하고 있을 것이오.”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말했을 때, 그 청년은 자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반찬만 집어 먹다가 빵과 함께 곁들여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이것을 보고 말했다.

그 사나이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잘 보고 있게, 빵을 반찬으로 하고 있는가, 반찬을 빵으로 하고 있는가?”

 

또 어느 날, 회식에 참석한 사람이 빵을 한입 먹을 때마다, 이것저것 많은 반찬을 맛보는 것을 보고, 그는 말했다.

대체 한꺼번에 많은 것을 먹고, 한꺼번에 산해진미를 입 속에 쑤셔 넣어 만드는 것만큼 비싸게 먹는 요리가 어디 있으며, 이만큼 요리를 망치는 경우가 달리 또 어디 있겠소? 요리사들이 배합한 것 외에 더 맛을 배합함으로써 극히 비싸게 먹히게 하는 한편, 또 요리사들이 배합하지 않았던 것을 배합이 잘못됐다고 더 섞어 놓기 때문에, 요리사들이 옳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도 자기가 망쳐 놓는 것이 되어 결국 요리사의 모처럼의 기술을 망치는 결과가 될 것이오. 사실 기술이 훌륭한 요리사를 고용해 놓고 자기가 그 이상의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요리사가 만들어 놓은 것을 변경한다는 것은 어찌 웃을 일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또, 한꺼번에 많은 것을 먹는 버릇이 있는 인간에게는 또 한 가지 곤란한 일이 있소. 즉 많은 가지 수가 없을 때에는 언제나 하던 대로 여러 가지 것을 먹고 싶어서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오. 그러나 빵 한입에 반찬 한 가지만을 먹는 습관이 밴 자는 많은 가지 수가 없을 경우에도 아무런 불평 없이 그 한 가지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오.”

그는 또 좋은 식사를 하다(eucharistia)’라는 말은 아테네 말로는 다만 먹는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좋은(eu)’은 정신에도 신체에도 고통을 주는 일 없이, 또한 입수하기에 어렵지 않은 음식물을 먹는다는 뜻이 부가(附加)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리하여 그는 좋은 식사를 하다라는 말을 절제 있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47)사교성이 많았던 아테네 사람들은 흔히 회식의 모임을 가졌다. 방법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회원이 일정한 회비를 내어 모이는 것과 각자가 요리를 바구니에 넣어 지참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회식은 두 번째의 것이다. 이때에도 각자가 자기 몫으로 가지고 오는 외에 전원에게 나누어 주는 공동의 요리가 따로 마련되었다.

48) opson 자의(字意)대로 하면 전분질 이외의 요리로 물고기, , 고기 등이지만 호메로스 시대 이후에는 사실상 거의 물고기에 한정되어 있었다.

아테네 사람들의 요리는 물고기와 야채였던 것 같다. 물고기 이외에는 토끼고기를 먹었다. 여기서는 술안주가 아니라 반찬이다.

49) opsophagos 이 말은 美食家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자의(字意)는 빵과 함께 먹어야 하는 반찬(요리)을 빵 없이 먹는 사람을 가리킨다.

50) 역사(力士)들은 육식을 취했다.

 

-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최혁순 역 중에서 -

 

이승과저승 생각 : 소크라테스는 자기 주변의 사람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자기 스스로도 물론 옳지 못한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주위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는 걸 용납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러나 또한 소크라테스와 같은 심후한 내공도 없이 사사건건 타인의 일에 간섭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잘못하면 남의 잘못을 들추어내기만 하는 사람이나 조직 내 트러블 메이커가 되거나 험한 세상에서는 좋은 결과는 얻지 못한 채 본인만 심각한 위해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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