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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회상 19

 글라우콘의 아들인 카르미데스30)는 청렴한 선비로서, 당시 국정(國政)에 참여하고 있던 사람들보다도 훨씬 능력이 있는 인재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집회에서 연단에 서거나 국사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그의 이와 같은 행동을 보고 말했다.

말해 보게, 카르미데스. 만일 어떤 사나이가 월계관을 수여하는 경기에 승리함으로써 자신도 영예를 획득함과 동시에 조국의 이름을 헬라스 전역에 떨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출전하려 하지 않는다고 하면, 자네는 이 사나이를 어떤 인간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건 분명히 유약한 비겁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누군가가 국정에 참여함으로써 국가를 더욱 융성하게 하고 또 자신도 이에 의해서 명성을 떨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기를 주저하고 있다면 비겁자라 생각되는 것이 지당한 일이 아니겠나?”

지당하겠지요. 그런데 어째서 그런 일을 저에게 물으십니까?”

그것은 자네가 그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에 참여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일세. 더구나 그와 같은 일은 시민으로서 자네가 참여할 의무가 있는 일일 것이네.”

제가 어떤 일에 능력이 있다고 보시고 이와 같이 말씀하시는 겁니까?”하고 카르미데스는 말했다.

국정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자네와의 교제에서 봤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자네와 의논을 할 때 자네는 훌륭한 조언을 해 주었고, 그들이 무엇인지 실책을 할 때 자네는 그에 관한 적절한 비평을 하는 것을 나는 보고 들었기 때문일세.”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민중 앞에서 국정을 논하는 것과는 사정이 같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소크라테스 선생님.”

그렇지만 계산이 확실한 인간은 민중 앞에서도 혼자 있을 때와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게 계산을 하며, 혼자 있을 때에 비파를 가장 잘 타는 인간은 민중 앞에서도 능숙하게 연주를 잘하게 마련일세.”

그러나 수치심과 공포심은 인간의 선천적인 성질로서 개인적인 교제에 있어서 보다도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훨씬 강하게 나타나는 것임을 선생님께서는 보시지 못했습니까?”

바로 그건데, 나는 한 가지 자네에게 가르쳐 줄 생각이네. 자네는 가장 두뇌가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또 가장 위대한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가장 생각의 깊이가 없고, 가장 비천한 사람 앞에서 연설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일세. 그러면 자네는 군중 가운데 표백공이나 제화공이나 목수나 대장장이나 농민이나 도매상이나, 그리고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지 않는 시장의 중매인들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한다는 말인가? 국민 집회라는 것은 이러한 무리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일세. 자네의 하는 짓은 직업 씨름꾼보다도 더 강한 인간이 비직업적인 풋내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과 얼마나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자네가 국가의 지도층을 상대로, 더구나 그 중에는 자네를 멸시하는 자도 두서너 명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쉽게 회담하고, 국정연설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보다도 자네가 훨씬 훌륭히 연설하면서도 국정 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으며, 또 자네를 멸시한 적도 일찍이 없었던 무리들을 상대로 연설하는 것은 마치 자네가 그들에게 조소당하기 싫다는 듯이 이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일세.”

그러나 어떻습니까, 선생님. 국민 집회에 참가하는 무리들 중에는 가끔 정당한 의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비웃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거야 국민집회에 참가하는 이외의 사람들도 그런 짓을 하고 있지. 때문에 나는 자네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세. 국가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비웃을 때 자네는 아주 쉽게 잘 받아넘기면서, 이 국민 집회에 참가하는 무리들이 비웃을 경우에는 정말로 처리하기 곤란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군. 자네는 훌륭한 사람이므로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하고, 또 만인이 저지르는 따위의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하네. 왜냐하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타인이 한 일에 대한 비평에는 열중하면서 자신에 대한 검토와 반성은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일세. 그러니까 이것을 귀찮아하고 피해서는 안 되네. 그런 일에 신경을 쓰느니보다는 더욱 자신에게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이에 정성을 들여야 하네. 그리고 자네의 역량으로써 국가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경우에는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되네. 이것이 잘 실행되면 오로지 전 시민뿐만 아니라 또 자네의 친구와 자네 자신도 적잖은 이익을 얻게 될 걸세.”

 

30) 카르미데스는 노()글라우콘의 아들. 플라톤 및 소(小)글라우콘의 숙부. 크리티아스의 사촌 형제. 플라톤의 <<카르미데스>>의 중심 인물. 페이라이에우스의 싸움(기원전 403)에서 크리티아스와 더불어 전사했다.

 

-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최혁순 역 중에서 -

 

이승과저승 생각 : 그동안 소크라테스는 주변 사람들의 쓸데없는 짓을 말리는 충고를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뭔가 가치 있는 행동에 나설 것을 권유하고 있다.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하여 하지말아야 할 일을 굳이 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처럼 훌륭히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뭔가를 우려하여 하지 않는 것도 자신의 역량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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