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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회상 21-1

그는 또 어떠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좋은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여 음미(吟味)하도록 하는데 좋은 교훈을 주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말해 보게나 크리토프로스.19) 만약 우리들이 좋은 친구를 원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이들을 찾아야 하겠는가? 우선 음식과 술과 성욕과 졸음과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잘 참아내는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것들에 굴복하는 인간은 자신의 일도 하지 못할뿐더러 친구를 위해서 진력하는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니까 말일세.”

물론 할 수 없습니다.”하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 자네는 이것들에게 지배당하는 인간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 그렇습니다.”

그럼 어떤가. 낭비가이고 자기 돈으로는 부족해서 항상 가까운 사람이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고, 도와주면 이것을 갚지 못하며, 무엇을 달라고 해서 안 주는 사람을 원망하는 인간을 자네는 성가신 친구라고 생각하겠지?”

물론입니다.”

이들도 가까이해서는 안 되겠지?”

물론 가까이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어떤가. 돈벌이는 잘 하지만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하여 모든 것을 살 때 일일이 지독하게 값을 깎으려 하고, 받기는 좋아하지만 주기는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가?”

저는 이런 사람은 앞서 말한 사람보다 더 질색입니다.”

그러면 돈벌이에 미쳐, 자신의 돈벌이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틈이 없다고 하는 사람은 어떤가?”

이런 사람도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과 교제하다가는 큰 변을 당하니까요.”

그러면 싸움을 좋아하여 많은 사람을 자신의 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은 어떤가?”

물론 이런 사람도 질색입니다.”

그러나 설사 이러한 결점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친절을 받고서도 아주 태연하고 그 친절을 베푼 것에 대해 보답하는 일 따위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가?”

이런 사람도 올바른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친구로 삼아야 하겠습니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사람들과는 정반대로 육체에 관한 쾌락을 잘 억제하고, 청렴하고 붙임성 있는 성품을 가지고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들에게 친절한 행위로 갚으려고 노력하며, 교제하는 사람들을 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사귀어야 하네.”

그러면 이러한 일을 교제도 하기 전에 어떻게 해서 조사합니까, 소크라테스?”

우리들은 조각 작품을 음미할 때, 조각가들의 말을 근거로 감상하지 않고, 이전에 만든 조각이 훌륭했으므로 이 작품도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하네.”

마찬가지로, 이전의 친구에게 친절을 다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사람은 이후의 친구에게도 친절을 다할 것이란 말씀이군요.”

그렇지, 나는 어떤 사람 중 하나가 한 화제에 대하여 능수능란한 언변을 구사하는 것을 보면, 이 사람은 다른 화제에 대해서도 능수능란한 언변을 구사할 것이라고 생각하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우정을 나눌 만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어떻게 하면 친구로 만들 수 있을까요?”

우선 신에게 여쭈어 보고서, 신이 그를 친구로 삼으라고 권해 주시는지 어떤지를 알지 않으면 안 되네.”

그리고 또, 우리도 친구로 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신도 반대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처음부터 토끼처럼 쫓아다니고, 새처럼 속이며, 산돼지처럼 완력을 써서는 안 되네. 싫다는 사람을 친구로 만든다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네. 그렇다고 노예처럼 잡아 묶어 둘 수도 없네. 왜냐하면 이런 꼴을 당한 자는 친구가 되기보다 오히려 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네.”

그러면 어떻게 친구로 삼아야 하겠습니까?”

남의 이야기21)지만, 그렇게 하자면 주문(呪文)이 필요하다고 한다네. 이것을 배워서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향해서 외면 그 사람을 자기 친구로 만들 수 있다고 하고, 또 주약(呪藥)이 있다고 하는데, 그 주약의 사용법을 알고 있으면 누구나 원하는 사람의 애정을 얻을 수 있다고 하네.”

그러면 어디서 그것을 배울 수 있을까요?”

“세이레네스22)가 오딧세우스에게 향하여 왼 주문으로서, 자네는 호메로스에게 들은 적이 있을 것이네. 그 첫 구절은 아무튼 이런 식이네.

`이리로 오시오, 영예 찬란한 오딧세우스. 아카이아의 위대한 영웅이여!’“

그러면 세이레네스는 이 주문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외서 주문에 걸린 사람들이 자기에게서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붙잡아 둔 것입니까, 소크라테스?”

아니지, 다만 높은 덕의 영예를 희구하는 자에게만 노래한 것이라네.”

그렇다면 누구에게 노래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이것은 자기를 비웃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노래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왜냐하면 작고 못 생기고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간에게 크고 미남이며 힘이 세다고 하며 칭찬한다면, 그 말로 인하여 오히려 그에게 미움받게 되고, 결국 자신을 남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네.”

“소크라테스, 그 밖에 어떤 주문의 노래를 알고 계십니까?”

나는 모르지만 페리클레스는 많이 알고 있는 듯하네. 나는 그가 거리에서도 노래하여 남으로부터 경애(敬愛)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네.”

“데미스토클레스23)는 어떻게 해서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습니까?”

그것은 확실히 주문의 노래는 아니네. 그것은 어떤 고마운 물건24)을 시민에게 걸어 주었던 것이라네.”

소크라테스, 당신의 말씀은 우리가 훌륭한 친구를 얻으려면 우리들 스스로가 말과 행위에 있어서 훌륭함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면 자네는 나쁜 인간이면서도 훌륭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보잘것없는 변설가(辯舌家)가 훌륭한 국민 연설가의 친구이기도 하고, 군을 통솔하는데 능력 없는 자가 극히 탁월한 장군들의 친구이기도 한 것을 흔히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우리들이 문제 삼고 있는 일이지만, 만일 자네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할 때, 유능하고 쓸모 있는 인물을 친구로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물론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나쁜 사람은 군자를 친구로 삼을 수 없다고 할 경우, 자기 자신이 군자와 같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간단히 군자 같은 사람들의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어떤지 이것도 꼭 알고 싶습니다.”

크리토프로스, 내가 생각하기에 자네가 당혹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훌륭한 행동을 하고 비열한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서로 친구가 되지 않고 서로 대립하며, 아주 하찮은 인간들보다 더 험악한 태도로 나오고 있는 것을 종종 보기 때문일 것이네.”

그것도 단순히 개인만이 그런 것이 아니고 정도(正道)를 걷는 것을 귀중히 여기고 사악을 가장 싫어하는 국가가 종종 서로 적대(敵對)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하여 실로 불안을 느낍니다. 악인은 서로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은의(恩義)를 모르는 자나, 동정심이 없는 자나, 욕심이 많은 자나, 신의가 없는 자나, 무절제한 인간이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볼 때 악인이라는 것은 친구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날 때부터 적이 되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악인은 훌륭한 사람들과 우정을 맺는 일도 결코 할 수 없습니다. 비열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그러한 행위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겠습니까? 특히 열심히 덕을 쌓는 사람들까지 국가의 우두머리가 되려고 항쟁하고 서로 질투하며 미워한다면, 대체 어느 누구와 친구가 될 수 있고, 어떤 사람들에게 선의(善意)와 신의가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러한 일들에는 서로 미묘하게 뒤얽힌 어떤 것이 있는 법이네. 크리토프로스, 인간의 마음 한 구석에는 친애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네. 즉 사람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 동정하며, 일을 서로 돕고, 서로의 이익을 증진시키며, 그리고 이것을 알기 때문에 서로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라네. 그런데 한쪽으로는 또 항쟁하고자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네. , 같은 물건이라도 남의 것을 아름답고 좋은 것으로 느끼고, 이것을 얻기 위해 싸우며, 서로 견해의 차이에서 대립하네. 불화(不和)와 분노는 항쟁으로 유도되고, 탐욕은 적의(敵意)를 낳으며, 질투는 증오를 낳게 되네.

그러나 신애(信愛)는 이 모든 것을 헤쳐 나아가 고아(高雅)하고 유덕한 사람들을 서로 맺어주는 것이네. 그들은 미덕에 의해서 고생을 하지 않을 만한 적당한 소득을 유지하고 전쟁을 벌여 모든 것을 지배하는 왕자가 되기보다는 인간을 귀중히 여겨 굶주리고 목마르면 고통을 서로 나눠 가지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소년의 미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을 절제하고 그렇게 해서 안 될 사람들에게는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네. 그들은 또 금전에 대해서도 욕심 사납게 서로 빼앗으려 하지 않고 공정하게 서로 나눠 가질 뿐만 아니라, 또 서로 융통하여 도와주기도 하네. 또 그들은 항쟁심을 고통 없이 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조정해서 상호의 이익으로 유도하고, 분노가 후회스러운 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네. 자신의 재물을 친구들에게 자기 것처럼 쓰게 하고, 그 친구의 물건은 자기 것처럼 소중히 여겨 질투를 완전히 버리는 것이네. 고아하고 유덕한 사람은 정치적 명예가 달려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공유한다면 서로의 해가 되지 않도록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이끌어 나가지 못할 까닭이 없다고 보네. 왜냐하면 재보를 탈취하고 사람들을 압도하며, 사치(奢侈)를 누리기 위해 존경받고 지배적 위치인 국가의 요직에 오르기를 원하는 자는 부정하고 비열하며, 또한 남과 화합하지 못하는 자라고 해야 할 것이네. 그러나 자기도 해를 입지 않고, 또 친구에게도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조력할 수 있도록 되기 위해서 국가에 있어서 존경적 위치에 설 것을 원하고, 그리고 통치자가 되어서는 조국을 위해 무언가 좋은 일을 행하려고 노력하는 자가 있다면, 그와 같은 인물이 또 다른 이와 같은 인물과 협동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는 군자(君子)와 친교를 맺었기 때문에 친구를 도울 기회가 줄어들거나, 군자인 협력자를 가졌기 때문에 국가에 선을 행하는데 오히려 무력해진단 말인가? 더구나 어떤 시합에서, 만약 최강자들이 합세해서 약한 자에게 대항할 때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고 모든 상을 자기 손에 넣을 것은 명백한 일이네. 경기에서는 이런 일이 허용되지 않더라도, 고아하고 유덕한 자가 통치자가 되었을 경우에는 누구와 짜고 국가에 선을 행하더라도 이것을 막을 자는 없네. 그렇다면 최선의 인물을 친구로 삼아 정치에 정려(精勵)하고, 일의 협력자 및 조력자로 최선의 인물을 삼는다면 반대자로 삼는 편보다 어째서 이익이 아닐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또 누구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려는 자는 자기편을 필요로 하고, 더구나 군자가 적군일 경우에는 특히 대세(大勢)라는 아군이 필요한 것도 명백하네. 또한 자기편이 되어 싸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진해서 용감히 싸우도록 잘 대우하지 않으면 안 되네. 더구나 다수인 열등자에 대해서보다도 소수인 최우수의 사람들에 대하여 호의를 베푸는 편이 훨씬 낫네. 왜냐하면 천한 사람들은 유능한 사람들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일세. 그러나 용기를 내게, 크리토프로스. 훌륭한 인물이 되도록 노력하게. 그리고 훌륭한 인물이 되면 고아하고 유덕한 인물을 끌어들여 자기편으로 만들도록 하게. 그러면 나도 연애의 명수니까, 자네의 군자를 끌어들이는데 일비지력(一臂之力)을 아끼지 않겠네. 왜냐하면 나는 잡고 싶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사랑함으로써 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그들을 그리워함으로써 그리움을 받으며, 그들과 사귀기를 원함으로써 그들에게서 사귀고 싶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처럼, 나의 전력을 쏟는 힘은 대단한 것이기 때문이네. 자네도 누군가와 우정을 맺으려고 생각한다면 역시 이렇게 하는 것이 자네에게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하네. 그러니 자네는 누구와 친구가 되고 싶은지 숨김없이 나에게 말해 보게. 왜냐하면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호의를 받을 수 있도록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으므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면에서는 경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네.”

그러자 크리토프로스는 말했다.

, 소크라테스! 그것이 바로 제가 이전부터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가르침입니다. 특히 이와 같은 비전(祕傳)이 훌륭한 사람이나 자태가 아름다운 사람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19) 크리톤의 아들

21) 플라톤의 <<카르미데스>> 517A. 소크라테스가 미소년 카르미데스에게 한 말

22) 세이레네스(세이렌)는 상반신은 여자이고 하반신은 새 모양을 한 해정(海精)으로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을 매혹시켜 죽게 했다는 바다의 괴물.

<<오딧세이아>>에서는 스퀼라와 카팁티스 근방에 살고 있으며, 그 노랫소리를 들은 뱃사람은 빨려들 듯 세이레네스의 섬으로 상륙하여 죽음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오딧세이아>> 12184 참조.

23) 고대 그리스의 정치가, 군인(B.C. 528년경~ 462년경). 아테네의 대 정치가로 살라미스 대해전에서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의 대군을 쳐부순 것은 B.C.484.

24) 부적을 가리킨다.

 

-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최혁순 역 중에서 -

 

이승과저승 생각 : 크리토프로스는 소크라테스의 절친 크리톤의 아들이며, 아마도 한창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젊은 이로써, 자신에게 맞는 좋은 친구를 구하고 싶어 하며,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소크라테스에게서 배우려 하지만, 위에서 보듯 다만 인간의 性情과 친구로서 힘써야 할 부분에 대한 일반적인 훈계를 듣게 되고, 다음 회에서 보여주는 대로 결국 자기 자신 스스로가 덕을 길러야 한다는 충고를 듣게 된다.

남의 이야기지만, 그렇게 하자면 주문(呪文)이 필요하다고하는 이야기는 실제로 일반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미신 같은 말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진실된 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플라톤의 대화편 카르미데스에서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란 페르시아의 의사가 그러는데 눈을 치료하려면 먼저 머리를 치료해야 하고, 머리를 치료하려면 우선 그 정신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면서 그에 쓰이는 주문이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절제에 관하여 소크라테스가 카르미데스와 주고받은 일문일답식 논변을 비유하는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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