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하지만, 크리토프로스. 나의 비전에는 미인에게 손을 뻗쳐서 머물게 한다는 것은 없네. 나는 인간이 스퀼레25)에게서 도망하는 것은 이것이 손을 뻗치기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네. 그러나 세이레네스는 아무에게도 손을 뻗치지 않고 멀리서 모든 자에게 노래로 말을 걸기 때문에 누구나 발을 멈추고 노래를 듣게 되는데, 일단 그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곧 매혹되고 마는 것이라네.”26)
크리토프로스는 말했다.
“저는 아무에게도 손을 뻗치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당신이 알고 계시는 친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그러면 자네의 입술을 다른 사람의 입술에 갖다 대는 일도 하지 않을 작정인가?”
“안심하십시오.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에게도 입을 맞추지는 않을 테니까요.”
“자네는 벌써 허튼소리를 하는군, 크리토프로스. 왜냐하면 아름다운 사람은 이런 짓을 못하게 한다네. 그러나 못생긴 사람은 자기의 혼이 아름답다는 것으로 착각하고 기꺼이 이런 짓을 하지.”
그러자 크리토프로스가 말했다.
“아름다운 사람에게 키스하고, 선한 사람에게는 한층 더 키스할 테니까 안심하시고 친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하여 주십시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그렇다면 크리토프로스, 만약 자네가 어떤 사람의 친구가 되고 싶어 졌을 때, 자네는 내가 그에게 가서, 자네가 그를 칭찬하며 그의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고 이야기해 줘도 좋다는 말인가?”
“얼마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자기를 칭찬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 본 일이 없으니까요.”
“만약 내가 다시 가서, 자네가 그를 칭찬하며 그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면, 자네는 내가 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나?”
“그렇기는커녕 오히려 저는 누가 저에게 호의를 품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에 대한 호의가 싹터 오릅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러한 것들을 자네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앞에서 자네에 관하여 말할 수 있겠네. 게다가 자네는 친구를 중요하게 여겨 좋은 친구만큼 자네가 좋아하는 것은 없고, 친구의 공적을 자신의 공적에 못지않게 자랑으로 여기며, 친구의 재보를 자신의 재보에 못지않게 소중히 여겨 친구가 이것을 얻도록 궁리하는데 피로를 느낄 줄 모르고, 사나이의 덕(德)은 친절을 베푸는데 있다고 보아 친구를 능가하며, 옳지 않은 일을 바로잡는 데 상대편을 능가하는 사람이라고 내가 그에게 말해 준다면 자네가 좋은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서 매우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런데 어째서 그것을 저에게 물어보십니까? 마치 당신이 저에게 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그렇단 말일세. 나는 아스파시아27)로부터 들은 적이 있네. 이 사람이 말하기는, 능숙한 중매쟁이는 좋은 이야기만 해서 사람들의 혼사를 성립시키는데 재주가 비상하지만, 그러나 나는 거짓말을 해서 권하고 싶지는 않네. 왜냐하면 사실을 알고 난 사람들은 속았다는 생각에 서로 사이가 나빠지고
중매쟁이까지 증오하게 되기 때문이네. 사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하네. 그러므로 내가 자네를 칭찬할 때에도 사실이 아닌 것은 하나도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네.”
“당신이 저의 친구가 되어 주겠다는 것은 제가 친구를 얻을 만큼 자격이 있으면 원조한다는 정도의 친구군요. 그렇지 않다면 제 이익이 되도록 교묘하게 꾸며서 얘기해 주시려고는 생각하지 않으신다는 말입니까?”
“크리토프로스, 자네는 내가 거짓으로 자네를 칭찬하는 것과 자네에게 좋은 사람이 되도록 권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자네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어느 것이 자네를 위하는 것인지 명백하게 알 수 없다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게. 예를 들면 내가 자네를 선주(船主)의 친구가 되도록 하려고, 자네가 우수한 선장이라고 이야기하며 거짓으로 칭찬을 해서, 그가 그것을 믿고 배를 다룰 줄도 모르는 자네에게 배를 맡긴다면, 자네는 자신과 더불어 배를 파선시키지 않을 수 있는 수단이 조금이라도 있는가? 아니면 국민회의에서 내가 자네를 우수한 장군이고 법관이며 정치가라고 거짓말을 해서 국가를 자네에게 맡기도록 설득했다고 한다면, 자네는 자신 및 국가가 자네의 통치로 말미암아 어떤 꼴을 당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는가? 그렇지 않으면 또 개인적인 생활에 있어서, 내가 한두 사람에게 자네가 경제에 정통한 주의 깊은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해서 그들의 재산을 자네에게 맡기도록 설득하여 멀지 않아 자네가 그것을 맡았을 때, 자네는 남에게 손해를 주거나 동시에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크리토프로스, 더 가깝고 더 확실한 더 아름다운 길은 자신이 어떤 한 길에 우수하다고 인정되고자 하고 사실 뛰어난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이네. 인간의 세상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이 덕을 잘 생각하고 반성해 본다면 그 일체가 면학과 복습에 의해서 증대될 수 있는 것임을 자네는 알 수 있을 것이네.
크리토프로스, 적어도 나는 우리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고 있네. 만약 자네에게 무언가 반대의 의견이 있다면 들려주게.”
크리토프로스는 말했다.
“아아, 소크라테스! 당신의 말씀에 반대한다는 것은 수치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말씀을 반대하는 것은 아름답지도 진실도 아닌 것을 말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25) <<오뒷세이아>> 중의 카팁디스와 함께 좁은 해협에서 사는 바다의 괴물. 그 괴물은 세 겹의 이빨을 가진 여섯 개의 머리와 열두 개의 다리가 있었으며, 배가 다가오면 한꺼번에 다섯 사람의 선원을 잡아먹었다.
<<오뒷세이아>> 12권 85 이하에 나온다.
26) <<오뒷세이아>> 12권 36~52 참조
27) 밀레토스 사람. 그녀는 본래 헤파이라(기생)였었다. 그녀는 페리클레스에게 알려져 페리클레스는 아내와 이혼하고 그녀와 동거했다.(B.C. 445년에서 429년 동안) 깊은 교양과 비범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최혁순 역 중에서 -
이승과저승 생각 : 크리토프로스의 부친인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의 절친한 친구이며 경제적으로 소크라테스에게 상당한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그러므로 그 아들인 크리토프로스도 소크라테스와는 스스럼없이 굴 정도로 가까이 지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를 위한 충고에 있어서는 삿된 길을 전혀 용납하지 않고 매우 진실되고 공정하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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