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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회상 2

소크라테스를 기소(起訴)한 사람들은 대체 어떠한 말로써 그가 국가에 대하여 죽을죄를 짓고 있다고 아테네 시민들을 설득시켰는지, 나는 적지않이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소크라테스에 대한 소장(訴狀)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는 국가가 인정하는 신을 신봉하지 않고, 새로운 신격을 수입한 죄를 짓고 있다. 또 청년들을 부패시킨 죄도 짓고 있다.”

 

그러면 먼저, 그가 국가가 인정하는 신들을 신봉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떠한 근거에서 나온 말인가. 왜냐하면, 그가 여러 번 그의 집에서, 또 공공의 제단에서 희생의 제사를 지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또 점을 친 사실도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신령(神靈, daimonion)이 그에게 신탁을 내린다.”라고 말한 사실은 널리 훤전(喧傳)되고 있었다. 생각컨대 새로운 신격을 수입했다는 비난을 받은 것은 무엇보다도 여기에 원인이 있다.

그러나 점을 믿고 새, 인어(人語), 전조(前兆) 또는 희생3)에게 신의 뜻을 묻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그는 하등 그들 이상으로 새로운 것을 수입하고 있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도 결코 새나 지나가는 사람이 점치는 자에게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신이 이것을 통하여 그것을 가르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소크라테스가 생각한 것도 또한 이러한 것이었다. 다만 일반인들은 새나 지나가는 사람들에 의해서 제지(制止)를 받았다든가, 권유를 받았다든가 하는 것에 대하여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를 이야기함으로써 신령이 신탁을 내린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신령의 신탁에 따라서 여러 제자들에게, 혹은 그렇게 하라든가, 또는 그것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의 충고에 따른 자는 덕을 보고 따르지 않았던 자는 후회하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그가 친구들에게 바보 천치나 혹은 사기꾼으로 보이기를 원했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신의 가르침이니 뭐니 하고 들려주어 만약 그것이 정말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그는 바보와 사기꾼으로 보였을 것이 틀림없다. 하물며 만약 자기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지 않았더라면, 분명히 그는 충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신 이외에 무엇을 의지하여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신을 신뢰하는 자가 어찌하여 신의 존재를 믿지 않을 수 있었단 말인가. 실제로 또 그는 친한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하고 있었다. , 꼭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은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그것을 행하도록 권하고, 또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명백하지 않은 일은 신탁소에 사람을 보내서 가부를 묻도록 했다.

그는 집, 혹은 시()를 올바르게 다스리려고 하는 자는 신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목수 일이라든가, 대장장이 일이라든가, 경작(耕作)이라든가, 사람들의 감독이라든가, 이와 같은 일들의 심사라든가, 또는 산법(算法), 경영, 군대 통솔 등의 기술은 모두 배울 수 있는 일이고, 인지(人智)를 가지고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일들의 속 깊이 숨어 있는 제일 큰 문제는 신 자신이 유보(留保)하고, 단 하나도 인간에게는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실 밭에 모종을 훌륭하게 키운 자도 누가 그 열매를 수확하게 될지는 명백하지 않고, 집을 훌륭히 지은 자도 누가 살게 될 것인가는 알 수 없다. 군을 통솔하는 자도 군사를 이끄는 것이 이익이 될지 어떨는지 알 길이 없고, 나라를 다스리는 자도 국가를 지도하는 것이 이익이 될지 어떨는지 알 수가 없다. 행복을 바라고 미인을 아내로 맞이한 자도 그 아내로 해서 어려움을 겪게 될지 헤아릴 길 없고, 국가의 권문(權門)과 연고(緣故)를 맺은 자도 그들 때문에 나라를 쫓겨나게 될는지 예견할 수 없다.

그는 이러한 일을 조금도 신비스런 일로 생각하지 않고, 일체 인지를 가지고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정신이상자라고 말했다.

또 신이 인간에게 자신의 지혜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 일에 대하여 점을 치는 자들 역시 정신이상자인 것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마차의 마부로, 마차를 몰아본 경험이 있는 자를 고용하는 편이 좋은가, 그렇지 않으면 경험이 없는 자를 고용하는 편이 좋은가, 혹은 배의 선원으로 조타의 기술이 있는 자를 고용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없는 자를 고용할 것인가, 혹은 계산이라든가, 측량이라든가, 평형(平衡)이라든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일을 여쭈어본다고 하자.

그는 이러한 일을 신에게 묻는 것을 신덕(神德)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요컨대 신이 지식에 의해서 행하도록 해준 것은 배우지 않으면 안 되고, 인간에게 분명하지 않은 일은 점을 통하여 신들에게 여쭈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신들은 칭찬할만한 자에게는 신탁을 내리시기 때문에.

 

3)하늘에 나타나는 새의 방향에 따라서 길흉을 점친다. ‘phemai'를 인어(人語)라 옮겼다. 길에서 사람의 소리, 또는 말에서 장래의 일을 예지(豫知)한다. 그래서 신탁도 ’phame phemai'라고 한다. 사람의 소리를 통해서 신의(神意)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의 페마이가 길가는 사람의 말, 또는 소리임을 바로 뒤에 새나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도 명백하다. 전조(前兆)란 천둥, 번갯불, 지진, 구름의 모양, 만난 동물, 인간 등에서 그 장래를 보는 것을 말한다. 희생은 희생으로 바친 동물의 내장 모양으로 점친다.

 

-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최 혁순 역 중에서 -

 

이승과저승 생각 : 소크라테스에 대한 유죄 판결과 사형 선고에 대해 플라톤과 크세노폰이 각각 변론의 취지로 글을 썼는데, 플라톤은 법정에서 소크라테스가 행한 연설을 그대로 살려내는 형식으로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가미하여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썼고, 크세노폰은 위와 같이 자신이 평상시 생활 속에서 보고 들은 소크라테스를 기억하며 자신의 관점에서 그를 옹호하고 있다. 위 글은 공소 내용 중 소크라테스가 국가가 인정하는 신을 신봉하지 않고, 새로운 신격을 수입한 죄를 짓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크세노폰이 소크라테스 사후 반박하는 뜻으로 쓴 변론의 일부이다.

지극히 이성적인 소크라테스가 여기서처럼 점을 쳐서 신탁을 구한다는, 조금은 원시적인 방식으로 께 의지하는 행위를 옹호하는 모습에 약간 실망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본문을 잘 읽어보면 그의 믿음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된다.

인간의 능력으로 분명히 알 수 없는 사항(예컨대 미래의 일)에 대해 아는 존재()에게 묻는다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럼 누군가는 말하기를 그런 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기만 한다면 나도 기꺼이 물어보겠다.”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증명해 주는 누군가를 기다리기 전에 코스모스라 불리는 우주와 천체의 운동, 세계 안의 존재들과 그 각각의 움직임과 서로의 연관 관계, 사람들의 행동과 각 개인의 믿음 등을 진지하게 고찰해 보는 태도가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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