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가끔 가는 대학 도서관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가 말하길 어떤 과학자들은 인간과 똑같은 로봇을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기도 그런 로봇을 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요?” 하면서 내가 말했다. “그 꿈이 미래에 이루어질지 아니면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것이 최종목표라면 무엇 때문에 그걸 이루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노력을 하려고 하는 거요? 이미 그 결과가 이루어져 있지 않나요? 당신 옆에 있는 나나 저 젊은 친구나 또는 집에 있는 형제나 이웃도 모두 인간과 똑같이 만들어진 로봇인 셈 아닙니까? 그 로봇들은 하나같이 고성능 로봇다운 기질도 가지고 있는데, 내가 인사를 건네면 반응하고, 뭔가 선물을 주면 좋아하며, 하려고 하는 바를 방해하면 화를 낸다. 무엇이든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하여 스스로 움직이고, 암, 수가 만나 같은 종족을 복제해 내며, 주변의 것을 활용하여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자, 이제 당신이 만나보길 원하는 로봇들이 천지에 널려있으니 뭔가 그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해보시죠.”라고 말했더니 그는 입을 다물었고 옆에 있던 젊은 친구는 웃으면서 열람실로 올라가 버렸다..
다른 누군가는 아마도 이어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인간과 똑같되 내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로봇을 원한다고. 그렇다면 그에게는 또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로봇을 과학자들이 만들어 내길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있는 로봇(사람) 중에서 어떤 로봇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훨씬 빠르고 가능성이 높은 일일 것이오. 예컨대 당신이 앞으로 많은 돈을 번다면 웬만한 로봇은 당신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 뿐만 아니라 어떨 땐 당신의 안색을 살펴 시키지 않은 일도 알아서 하게 될 것이오. 과학자들이 로봇을 만들어 내길 기다리는 것보다 그쪽이 훨씬 가능성이 높고 실천적이지 않을까요?” 그러면 또 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건 돈 때문에 겉으로만 그러는 게 아닙니까? 돈이 떨어지면 배신하고 떠나버리지 않겠어요? 저는 어떤 면에서는 진짜 로봇다운 로봇을 원하는 거지요. 다른 마음도 먹지 않고 일편단심 제 명령만 듣는 로봇 말입니다.” 그러면 그에게는 또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최소한 당신에게만은 아주 선량한 로봇을 원하는가 보군요. 그러나 그런 로봇도 당신이 어떤 주인이냐에 따라 생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돈이 많은 주인에게는 그에 걸맞는 로봇이 배정되겠지만, 뭔가 그 이상 로봇이 진정 따를 만하다고 인정될 만한 것을 당신이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그 희망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