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하던 손님 한분이 중간에 K님의 답변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한마디 하자 K님이 그에 대응하며 피차 몇 차례 옥신각신 하게 되었는데, 분위기상 제가 잠시 중간에 끼어들어 올린 글.
philebus(바람)
[re] 말귀를 잘 알아듣는 법
논점 외 다른 문제로 두 분이 이렇게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좀 찜찜하네요.
글 중에 제가 쓴 내용과 제 닉도 등장하고 하니 내내 그냥 가만히 있기도 그렇고요.
공자의 말씀을 읽으면서 그 내용이 대부분 실천적이고, 범위가 넓으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경우가 많아, 읽고 나서 바로 주석을 붙이듯이 세세히 설명하는 것보다는 그저 마음으로 크게 옳다고 느끼고 나서, 시간을 두고 역시 마음속으로 그 뜻을 완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의견님 말씀대로 그에 관해 자세히 논의하지 못할 것도 없죠.
공자의 말씀을 잘못 이해하는 채로 마음속에 품고 있기보다는 논의를 통해 수정할 수도 있을 테고, 200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재의 생활에 맞추어 재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방인에게는 그들의 언어로 말하게 하라고 했듯이,
동양철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서양철학이나 분석철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익숙한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거나 논리를 전개해 오는 것을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서로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면 말씀이죠.
제가 보기엔 K님은 논의에 진지한 분이고, 논박을 위한 논박을 하거나 쓸데없이 논점을 회피하는 분은 결코 아닙니다.
가능한 끝까지 참된 것을 추구하려는 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 서양 철학 간에 대화도 매우 중시하는 분으로 압니다.
지금 이 논의에서도 제가 느끼기에 K님이 실수한 것은 없는 걸로 생각하는데요.
제 답변에 대해 제기할 만한 문제를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단지 핵심적인 문제에 대한 답변은 그 분이 보류하셨고, 나머지 두 가지 반박에 대한 답변은 제가 보류해 둔 상태죠.
당장 답변해도 좋지만 내용상 나중에 해도 상관없는 부차적인 사안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논의 태도나 기술적인 방법으로 왈가왈부하시기보다, 대화의 지속을 원하신다면 논점에 부합하는 당사자의 의견으로 피차 토론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제 글을 잘 봐 주신 듯해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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