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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천성산 관련 글

philebus 2006-01-30

 

생명, 생명 하는데…….

 

생명, 생명 하면서 생명이 가장 소중한 가치인 것처럼 외치고, 특히 자신이 평화 애호자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말이 그다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명은 예로부터 이미 지구에 차고 넘쳐 스스로 변화하며 번식해 나가고 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먹고, 먹히며 순환하는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종류의 생물이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멸종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 생명 전체는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일부인 것이다.
인간 역시 그러한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다른 생명체보다는 우월한 위치에 있으니, 인간 자신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주변의 환경이나 생명체들을 이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능하면 자비심이나 사랑을 가지고 그들을 보살피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들을 그 생명의 가치나 존귀함에서 비교할 때 같다고 말해야 할까?
인간 한 사람과 도롱뇽 한 마리의 가치가 같은가?
아니면 인간 한 사람과 도롱뇽 일만 마리의 가치가 같을까?
아니면 열차에 탄 수백 명의 승객이(연인원으로 따지면 수천만, 수십억이 되겠지만) 목적지에 몇십 분 빨리 도착한다는 사실이 하나의 산에 사는 도롱뇽 전체나 일부와(기타 희생되는 다른 생물들 포함) 가치가 같다고 해야 할까?
이런 물음에 분명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우리가 인간인 이상 도롱뇽의 입장이 아닌 인간 위주로 판단해야 하고 가능한 한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생명체 중에 의도적으로 신을 공경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그리고 열반을 논하는 존재도 인간뿐이다.
이치나 도리를 배우려고 애쓰는 것도 인간뿐이다.
아무리 우매하더라도 인간을 가르치는 것이 도롱뇽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낫다.

한 사람의 성인 밑에 대대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매달려 따른다.
그들은 살아가며 본인이 알건 모르건 여러 가지의 작고 큰 착한 일과 악한 일을 저지른다.
그러나 어쨌든 그들 중 신을 따르려 애쓰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하고, 훌륭한 인격을 닦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있고, 그들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 또한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가축도 잡아먹고, 놀이동산에 놀러 가고,, 많은 재밋거리도 만들어 내고, 싸움도 하고, 산에 터널도 뚫는 것이다.
나는 도롱뇽보다는 인간들의 이런 행태를 우선 인정하고 용납하기를 바란다.
인간은 다른 생물과 달리 존재와 종족번식 이외 지향하는 바가 있는 것이다.

 

수행자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그것을 지향하면 되는 것이다.
생명, 생명 하며 외치는 것이 크게 나쁠 것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유별난 것도 아니다.
환경문제의 해결은 국가와 이성적인 사람들의 몫이다.
어쩌면 인간이 일으킨 환경 문제 때문에 조만간 인간과 생물이 멸종되거나 크게 사라지고 변화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혹시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대체로 인간이라는 종의 자기모순 때문이지 국가 때문도 아니고 터널을 뚫은 사람들 때문도 아니며, 과학자들이나 기술자들 때문도 아니다.
전문가들을 제외하고 환경보호와 생명사랑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을 참된 자신의 업으로 굳게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렇게 해도 좋을 것이다.
단지 위법은 없어야 할 것이고, 죽음에 이르는 단식과 같은 행위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에게 다른 생물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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