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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바둑 단상

  나의 취미는 바둑과 등산인데 바둑은 중학교 2학년 무렵 아버지로부터 배워 지금까지 즐기고 있다. 인터넷 바둑 사이트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6단으로 두었는데 가끔 7단으로 오르기도 하지만 몇 판 못 두고 다시 6단이 되곤 하였다.

그러나 대국실에서 바둑 둔 지도 꽤 오래전으로 요즈음은 사람이 아니라 바둑 프로그램과 주로 둔다.

2013crazy stone 으로 두고 있는데, 제한시간 각 30분에 호선으로 둔다.

바둑 프로그램은 실행하는 컴퓨터 GPU의 성능과 제한시간에 따라 실력에 차이를 보인다는데 아마도 연산 속도와 그에 따른 데이터 처리량에 연동하여 프로그램이 자신의 好手를 찾아내는 확률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집중하고 두면 내가 백을 잡고 두어도 되지만, 형세판단과 계가가 뛰어나 설렁설렁 두면 바로 苦戰하게 된다. 그리고 마치 성질 나쁜 사람처럼 막판에 자신이 졌다고 판단하면 꼬장을 부리는데, 이미 죽어 살지도 못할 돌을 움직이거나 호구 속에 두거나 자기 집을 메꾼다. 반면에 자신이 이겼다고 판단하면, 아주 황당한 곳은 아니지만 굳이 놓지 않아도 될 곳을 몇 수씩 加一手하며, 보란 듯이 두세 집만 이겨간다. 이건 얼마 전에 유행했던 바둑 영화 고스트 바둑왕히까루의 바둑 - 의 환생한 바둑령사이정도는 물론 아니지만, 어떨 땐 꼬마 바둑 귀신과 두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각종 취미 활동에는 경제적인 이득이 없어도 그것을 계속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기 마련인데 바둑도 그렇다. 어떤 사람들(마니아)에게는 그것의 매력이라기보다 아주 마력魔力이라고 해야 할 만큼 강한 흡인력을 보일 수도 있다.

바둑을 좋아하는 아마추어가 상존하는 만큼 그들의 즐거움을 위하여 프로바둑기사도 필요한 존재가 되는데, 그러나 프로들이 허구한 날 바둑에 전념하고 실력 배양에 힘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마추어라면 자신이 두는 바둑 한 판에 위기십결을 적용하여 복기해 볼 수 있는 정도의 기력棋力이라면 취미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위기십결이란 바둑을 두며 돌울 놓는 데 있어 지침이라고 할 만한 것으로 다음과 같다.

 

부득탐승(不得貪勝) : 욕심을 부리면 이길 수 없다

입계의완(入界宜緩) : 상대의 세력권에 깊이 들어가지 마라

공피고아(攻彼顧我) :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보라

기자쟁선(棄子爭先) : 돌 몇 점을 희생하더라도 선수를 잡아라

사소취대(捨小就大) :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봉위수기(逢危須棄) : 위기에 봉착하면 불필요한 것을 버려라

신물경속(愼勿輕速) :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라

동수상응(動須相應) : 행마를 할 때는 서로 연관되고 호응이 되게 하라

피강자보(彼强自保) : 상대가 강하면 나를 보완하라

세고취화(勢孤取和) : 고립되었을 때는 신속히 안정하라

 

[출처] [금요편지] 위기십결|작성자 신선

 

위기십결은 바둑 둘 때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지침으로도 삼을 만하다며 그를 주제로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자신이 둔 바둑이나 다른 애기가가 둔 바둑의 수순을 감상하며 한수 한수의 의미를 위기십결에 비추어 평가해 볼 수 있는 정도면 아마추어로서는 훌륭한 실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이상 다른 요긴한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될 정도로 바둑에 몰두하는 것은 단지 그가 그러길 원한다는 것뿐, 그다지 생활에 바람직하지는 않은 행태라고 할 수 있겠다.

내 경우에는 예전에 10년 이상을 매주 토요일 1시에 일이 끝나면 바둑에 의기투합하는 상사, 동료들과 기원으로 직행하여 지하철 막차가 올 때까지 두었으니 가끔 밤을 새우기도 했다 - 아마추어로는 평균 이상으로 많이 두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그 점이 그다지 후회스럽지도 않고, 솔직히 취미생활은 원 없이 즐겼다고 할 수 있다.

 

내 생각에 바둑의 魔力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작정하고 시도하려 함,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여정에 오름 : 이것은 바둑을 두기 전 마음 상태로, 뭔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을 구하기 위해 결심하고 장도에 오르려는 상태나 행위를 바둑이라는 게임의 시작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2. 수읽기 : 이 한 가지가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단 하나의 압축된 요소이며 이 간명한 조건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집중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얻고 잃는 것이 결정되는 것으로 인간사에 있어 중요한 일을 주체적으로 진행시키는 상황을 바둑이라는 게임이 대신한다..

3. 승부 : 바둑의 한 수 한 수는 궁극적으로 더 많은 집을 차지하기 위하여 두어 지는 것으로 바둑을 두어 이긴다는 것은 그것으로서 인생에서 얻어야 할 것을 얻음이나 중요한 목표의 달성을 <모방>하는 것이다.

4. 도전과 응전 : 바둑엔 상대가 있고 내가 얻으려는 것을 상대는 방해한다.

피차 그런 도전에서 상대를 물리치고 승리한다는 것은 경쟁하고 쟁취하는 삶의 조건이나 상황과 유사하여 반복해서 두어도 질리지 않게 된다.

 

요즘 자주 두는 제니스7에게 3점을 접히고 둔 바둑.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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