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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TV 연속극

예전에 도서관에서 자주 보던 HTV 연속극 이야기를 하던 중 연속극 1회 분량에 등장인물이 성질을 내거나 싸우는 장면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가 화제가 되었다. 난 연속극을 본 일이 없지만 우연히 잠깐씩 보게 되는 장면을 떠올려 보더라도 그런 장면은 꽤 자주 보이는 것 같아 그에게 한번 세어보라고 하고 다음에 만날 때 이야기해 달라고 하였다.

그 후 잊고 있다가 두 달쯤 후에 생각나 물어보니 그가 세어봤는데 평균 3분에 한번 꼴로 등장인물이 화를 내거나 서로 싸운다는 것이다.

난 연속극을 보지 않으니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얼른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차피 연속극은 대부분의 시청자에게 재미있게끔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감정의 기복이 큰 장면이 적절히(3분에 한번 꼴로) 삽입되어야 재미있는 극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싸우는 장면이나 분노하는 장면, 배꼽이 빠져라 웃는 장면이나 구슬피 우는 장면 등 감정의 기복이 큰 장면은 시청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지켜보지만 반대로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고 굳이 작정하고 생각해야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극은 오래 보지 못하는 것이다.

감정의 기복이 크다는 것은 변화가 크고 심하다는 것이며, 그런 부분에 흥미와 재미를 느낀다는 것은 그들의 관심이 외부적이고 표피적인데 있다는 뜻이다.

연속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평범한 사람이고 극이 그들의 평범한 생활을 그려내는 것이라면, 실제 생활 속에서의 우리도 3분에 한 번씩 성질을 내며 살아가고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닐 것이다.

극이란 실제 생활에서의 긴 시간을 사건 중심으로 압축시킨 것일 테니까.

극 속에서 화내고 싸우는 평범한 인물 외에 현명한 인물도 등장하는가?

연로하고 듬직한 체구의 중견 배우가 진지하지만 조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심오한 말을 짧게 외우면 거기에 아마도 인생의 깊은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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