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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홈 메이드 커피 - 냄비 로스팅, 핸드 드립

인터넷 커피포럼에 몇 달 드나들며 이런저런 지식과 요령을 곁눈질로 배워 드디어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 보기로 하였는데, 기본 원칙은 가성비가 좋아야 한다는 것, 즉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가장 맛 좋은 커피를 얻는 것이다.

먼저 원료인 생두(볶기 전 커피콩)를 온라인 몰에서 구입

2017년 콜롬비아산 아라비카 카우카 팀비오 1kg 가격 1만 원

생두 확대

다음은 맛 좋은 커피를 얻기 위한 핵심 과정인 로스팅인데 커피 입문서 등을 보면 장황하게 설명해 놓았지만,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그냥 콩을 볶는 것이다. 물론 볶는 방법이나 과정, 그리고 숙련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고 하니 그건 볶아보면서 익히면 되는 일이고.

수망 로스팅을 해볼까 했지만 그도 새로 사야 하니 일단 있는 도구로 해보기로 하고 그동안 줄곧 팝콘을 튀겨 먹던 알루미늄 냄비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냄비 로스팅 도구

볶는 도중 타지 않게 계속 흔들어 주어야 하므로 손잡이가 긴 편수 냄비가 좋고 뚜껑을 닫은 후 양쪽을 집게로 물어 흔들어도 내용물이 나오지 않도록 한다. 다 볶였다고 판단되면 바람이 통하는 체망그릇에 옮겨 담아 부채로 열심히 부쳐 식힌다. 그렇지 않고 불을 끈 후 그대로 놔두면 커피콩 내부에서 연소가 계속되어 기대했던 정도 이상으로 태우게 된다는 것이다. 시간을 재지 않고 그냥 볶으며 냄비 뚜껑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나오는 수증기와 냄새, 그리고 크랙음으로 판단하여 대충 15분 정도 지난 후 불을 껐다. 크랙음이라고 하여 콩이 튀며 냄비에 부딪히는 소리가 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안에서 껍질 벗겨지는 듯한 소리가 약하게 날 뿐이었다. 연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고 뚜껑이 닫혀 있어 껍질 부스러기의 유출도 없었다. 뚜껑의 단점은 로스팅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연기와 부스러기 날림을 막아준다는 점이 그걸 상쇄한다고 볼 수 있다. 우측 하단은 볶은 원두 보관용으로 다이소에서 구입한 밀폐용기인데 닫아보니 공기와 습기가 완전 차단되고, 안팎코팅으로 빛도 막아준다.

볶은 원두

볶은 원두는 바로 갈아 마시는 것보다 하루 이틀 지난 후 먹는 것이 좋다고 하여 다음날 갈아서 시음을 하였다. (또 한 번 볶은 원두는 2주 안에 모두 소비하는 것이 좋다고 하며 그 이상 가면 향이 떨어진다고 한다)

핸드드립 도구

우측 하단 기구가 원두를 갈아주는 핸드밀인데 흔히 쓴다는 칼리타로 구입 - 온라인몰에서 2만 원대로 살 수 있다. 가는 물줄기를 위해 드립포트가 있으면 좋지만 봐서 나중에 구입하기로 하고 우선 홍차를 우려먹던 자기 포트로 대용하였다. 끓인 물을 자기 포트로 옮겨 담고 온도가 약간 떨어진 후 드립퍼에 살살 붓는다. 애용하던 400cc 머그잔 위에 드립퍼를 올려놓으니 빈틈없이 꼭 맞는다.

드립퍼에 여과지를 끼우고 분쇄된 원두를 넣고 물을 부어 커피가 걸러짐.

 

드디어 300cc 정도 걸러 마셔보니 그간 애용하던 1회용 드립커피보다 훨씬 부드럽고 깊고 풍부하고 약간 단맛도 난다. 또 매일 들르다시피 하는 시니어 클럽 할머니 바리스타의 저렴한 아메리카노와 비교해도 못하지 않은 것 같다. 게시판을 보면 핸드드립을 거쳐 캡슐 커피나 전자동, 반자동 머신으로 옮겨가는 게 보통이라는데, 직접 해보니 처음 생각보다 과정과 뒤처리가 번거롭지도 않고, 앞으로 커피맛도 구입 원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게으른 나로서도 오래 즐길만한 취미를 추가한 듯한 기분이 든다.

※ 아래 생두 볶음, 드립포트 구입 추가함

세 번째 볶은 원두, 처음보다 상태가 균일하고 강하게 볶였다. 17분

드립포트 추가 구입. 드립서버는 머그잔으로 대신하지만 포트는 필요하다.

로스팅 시 태우지 않고 균일하게 볶으려면 냄비를 쉴 새 없이 흔들어야 한다. 가스레인지의 삼발이를 치우고 불꽃의 범위 안에서 좌우, 전후로 흔들고 때때로 중국집 주방장이 볶음밥 뒤집듯이 당겨주기도 한다. 볶는 시간은 대략 15분에서 20분 정도인데 냄비와 불꽃의 거리 유지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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