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에 의하면 몸을 위하는 것은 중요도로 보아 두 번째로 칠 만한 것이다.
첫 번째는 물론 자신의 혼을 위하는 일이다.
나는 나이로 보아 아직 늙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시작점 부근에 있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듯, 나 역시 몸에 관해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아프지 않고 늙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거기 신경 쓰느라 다른 일을 만족스럽게 할 수 없으니, 오래 안고 가야 하는 질병이란 일종의 재앙과 같은 것으로, 미리 대비하여 피할 수 있다면, 그것이 돈 몇 천만 원을 한 번에 버는 것만큼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듣고 보고 겪은 경험으로 보아 건강한 노년을 위해 피해야 할 것이 세 가지이고, 행해야 할 것이 세 가지로 생각되는데, 피해야 할 것은 술(과음), 담배(나쁜 공기), 스트레스(문제의 해결과 직접 관계없는 심리적 압박)이고, 행해야 할 것은 음식(규칙적이고 절도 있는 식생활), 운동(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그리고 도 닦음(한가함 속에서의 관찰, 실상의 분별, 자신의 욕망 알아차리기, 성현의 말씀에 대한 공부 등)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큰 병에 걸려 고생하거나 죽는다면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되고, 따라서 그에 대해 후회할 일은 없는 것이다.
나는 병과 죽음에 대해 굳이 구분한다면, 현대 의료 기술보다는 人命在天이라는 말을 더 믿는 편이다.
이것은 의료기술의 혜택을 배제한다는 말은 아니고 건강을 위해 의료 기술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병이 들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건강할 때 그 건강을 지키기 위해 또는 더 건강하기 위해 병원을 드나들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또 질병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더라도 억지로 삶을 연장시키고 싶지는 않다.
억지로 삶을 연장시킨다는 말은 그 범위가 애매모호하지만 쉽게 말하면 1분이라도(또는 한 달이라도) 단지 숨쉬기를 연장시키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하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제자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다.
마음이 편한 것이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 꼭 주변 조건에 매여 있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무엇무엇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는 말은 그리 쉽게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지침을 금언과 같은 형태로 표현한다면 “내 힘으로 안 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깨끗이 포기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이라는 구절에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지식도, 부질없는 꿈이나 희망도...
군인이나 젊은이들이라면 이 말 대신 “안 되면 되게 하라”가 더 어울릴 수도 있겠지만, 노년에 접어드는 때라면 그런 패기까지는 없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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