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Daum 카페 '물음의 끝은 어디인가'에 올라왔던 글에 대한 제 답변입니다.
명예에 대한 집착.?
Toxic. 씀
우리 중 99.999% 이상의 사람이 죽은 지 100년 후면 잊힐 것이고 그 이상의 사람들이 200년 후에 잊힐 것이다.
그런데도 석학이란 작자들은 무덤에 뼈나 제대로 남아있는 지도 모르는 칸트 따위나 분석해 대고 있다.
그들은 뭘 위해 사는가? 아무리 인용을 해대며 잘난 머리를 뽐내면 뭘 하지?
우리자신을 인용해 줄 누군가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상한 음악을 들으면 뭐 하나.. 아방가르드니 미니멀리즘이니 지껄여봐야 우리는 감상자일 뿐이고 남 얘기하기나 좋아하는 객체 주의적 삶을 지향하는 것일 뿐이다
조용히 살다가 이슬처럼 사라지겠다고? 그대가 지향하는 것은 무기력한 수조 개의 한 방울이 되는 삶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무엇에 만족하는가? 우리는 70년의 삶을 위해 살고 진정 그만큼의 삶을 사는 건가?
생물은 죽게 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이 죽기 전 번식을 통해 그들의 일부를 세상에 뿌려놓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존속시키려 한다. 이렇듯 영생에 대한 열망은 일종의 무의식으로써 나타난다.
하지만 지성을 가진 인간은 번식을 통한 정신의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으며 그것에 만족할 수 없다. 정신의 연장이 불가능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신의 '보존'작업이 아닐까 싶다. 육체가 사라지면 남는 것은 흔적뿐이다. 자신이 살다 갔다는 흔적을 2차원의 공간에 남김으로써 정신은 멸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정신을 남기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 발전의 가능성은 없거나 지극히 제한적이다(이 경우 재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며, 때로는 왜곡의 양상을 띠게 될 수도 있다.)하지만 정신을 남긴다는 것은 발전가능성을 떠나 남겨진 흔적 자체로써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들이 들어 급하게 적어봅니다(써놓고 보니 정리하기가 부담스러워져서..;;)
혼자서 자꾸 저런 생각들을 굴리면서 자신의 무기력함에 절망하고 있답니다.
어디..여기 남 얘기하기 좋아하시는(^^;) 철학도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명예욕에 대해서 말이죠..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생각을 듣고 싶네요.
전 독서광을 싫어합니다.
차라리 몽상으로 책 한 권을 써낼 수 있는 과대망상증 환자가 좋아요
요즘 들어 자기만의 세계, 자신만의 생각이란 게 얼마나 희귀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글의 전개는 형편없지만 요점만 골라서 읽으시고 건방진 문체는 너그러이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다' 로 쓴 말은 '~이라고 생각한다.'로 읽어주시면 될 듯?)
philebus 답변
님의 글 내용과 부합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제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말씀드리죠.
명예욕은 흔히 재물에 대한 욕심보다는 훨씬 고상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즉, 명예를 얻거나 지키고 싶다는 마음 자체는 그다지 천박한 욕망도 아니고, 전 인생을 통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바라고 매진할 수 있는 근거로써 소중하다고 할 만하겠죠.
그러나 아마 모든 욕심을 다 허망하다고 보고 도를 닦는 특정한 사람들에게는 또 다르게 보이겠지만…….
아무튼 그런데 명예란 어떻게 얻어지는 것일까요?
또는 무엇을 통해 얻어지는 것일까요?
에디슨은 많은 발명품을 통해 명예를 얻었고, 칸트나 니체와 같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철학적인 저작을 통해 명예를 얻었고,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는 음악의 작곡을 통해서, 톨스토이나 셰익스피어는 문학 작품을 통해서, 시이저나 나폴레옹은 정치와 정복을 통해서, 공자나 석가는 인생의 근본문제에 대한 통찰과 배움을 통해서, 조훈현이나 이창호는 바둑을 통해서 명예를 얻었죠.
즉, 명예란 우리의 생각과 행위, 또는 그 결과물이란 성과를 통해 얻어지는 거죠.
아무런 매개물도 없이 그냥 명예가 주어지는 경우란 없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불명예는 어떻게 얻어지는 것일까요?
히틀러는 편협한 광기로 인한 학살과 전쟁도발을 통해 불명예를 얻었고, 이완용 등은 사욕이나 판단의 잘못에 근거한 올바르지 못한 정치행위로 불명예를 얻었고, 유다는 예수를 판 대가로, 이기붕과 같은 사람은 문란한 정치로, 지금까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수들은 각각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로 불명예를 얻은 거죠.
또 역사에 길이 남진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위로부터 잠시 동안 얻게 되는 사소한 불명예도 꽤 많습니다.
남과의 다툼으로 인해서나 업무상 태만이나 실수로 인해서(대구지하철 관계자들처럼), 잠깐의 분별없는 욕심으로 사소한 죄를 저지름으로 인해서(성폭행이나 절도 등) 불명예를 얻게도 되죠.
여기서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명예를 얻으려 할 때는 그 이전에 뭔가 매개물, 또는 성과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 것을 얻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은 뒤에 명예가 저절로 뒤따른 다는 것이죠.
뛰어난 성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정치면 정치, 문학이면 문학, 음악이면 음악, 바둑이면 바둑 등 그 대상 자체에 집중해야 하며,, 그렇게 집중하는 동안에는 사실 명예에 대한 생각은 거의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무슨 일이든 아주 훌륭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오직 거기에만 전념하는 일관된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고, 혹시 명예라는 욕심이 그 과정에 끼어들면 그로 인해 결과물이 왜곡되거나 신통치 못하게 되거나 사이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바라던 명예는 얻을 수 없겠고, 혹시 얻더라도 조금 있다 결과물의 미비함에 대한 주위로부터의 비판이 있은 후, 그를 따르던 명예는 대폭 줄어들어 버리겠죠.
요는 명예란 항상 어떤 무엇의 결과로 오는 것이며, 명예를 얻고자하는 사람은 자기가 자신 있는 분야에서 우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반면에 평생 동안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노력도 필요치 않은가 하는 것이 이어지는 의문인데요. 아마도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역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명예스런 행위란 대체로 지나친 욕심이나 분노나 태만이나 무지함으로 인해 살아가면서 어느 땐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항상 자신의 마음에 유의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얘기죠.
자신의 마음을 수시로 단속하든가 배움이나 기타 수양으로 불명예의 씨앗이 되는 행위가 생겨나지 않도록 평소 힘쓰는 것이 현명하다고 해야겠죠.
아무튼 명예를 얻고자 하든 불명예를 피하고자 하든, 살아가면서 성실한 노력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설사 명예욕이란(또는 다른 어떤 욕심이라도) 부질없는 것이라고 일시적으로 단정한 사람이 있다 해도 그런 마음을 꾸준히 유지하고, 살아가면서 헛된 욕심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역시 그에 상응하는 공부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쓰고 보니 평범한 얘기가 되었나요?
그런대로 이해해 주시길…….
'문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는 똑똑한 남자를..... (1) | 2023.10.04 |
---|---|
시각경험의 퍼즐 (1) | 2023.09.27 |
카페 문답 (0) | 2023.09.20 |
동성애에 관한 논의 (3) | 2023.09.16 |
어떤 방정식 풀기 (1) | 2023.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