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번에 오토바이 몰고 제주 다녀와서 소감 올리겠다고 약속한 theodoros입니다.
원래 4월 15일부터 20일까지 다녀올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좀 바뀌어 8일에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계획은 오토바이로 단독 여행, 거주지 충남 예산에서 서해안 국도를 따라 목포 도착.
목포에서 카페리로 제주행, 제주 일주 후 다시 카페리로 목포 도착, 같은 길을 따라 귀환.
여행 일정은 제주에서 적당히 조절.
첫째 날(4월 8일)
특별히 사전 준비라고 할 것도 없이 오토바이 체인에 구리스나 적당히 바르고, 세면도구와 카페에서 받은 지도, 제주 안내책자 준비해서 아침 9시 20분 출발.
오토바이는 효성 크루즈 2 '97년 산 125cc 엔진 오일은 며칠 전에 교환.
하늘은 맑고 바람은 산뜻하니 여행에 좋은 날씨였습니다.
11시에 군산 도착, 예산에서 군산까지 110km.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 한잔 마시며 허리 좀 펴고, 11시 15분 출발.
부안을 거쳐 12시 50분 고창 도착(군산에서 85km), 기사 식당에서 점심 식사, 오토바이에 기름 채우고13시 30분 출발.
영광, 함평, 무안을 거쳐 15시에 목포도착(고창에서 100km)
목포 시내 구경, pc방에서 인터넷 바둑 한 수 한 후 24시 마트에서 샌드위치로 저녁식사.
저녁 9시경 사우나에서 씻고 수면실에서 취침.
둘째 날(4월 9일)
목포 여객터미널 앞 식당가에서 아침식사,
8시에 카페리 표 끊고 오토바이를 화물칸에 입고시킴.
8시 30분 개찰 및 승선, 9시 출항.
12,000톤급 뉴 씨월드 고속 페리 호
크다, 난생처음 타보는 배.
물새가 항구 주변 물가에 몰려 있다.
출항 시에 울리는 뱃고동 소리도 처음 직접 들어보았다.
뱃머리가 가르는 물살과 흩어지는 포말, 항구 앞에 펼쳐진 병풍 같은 야산, 등대, 주변에 있는 쾌속선, 화물선, 통통배, 보일 듯 말 듯 먼 거리의 섬들, 뿌연 안개, 수평선.
배가 워낙 크고 날씨도 좋아 흔들림은 전혀 없고 엔진의 진동만 선체를 통해 느껴진다.
햇살을 받아 은비늘처럼 반짝이는 물결, 출항한 지 2시간여 만에 전면에 섬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다도해가 끝났나? 섬이 참 많기도 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제 많은 섬들은 보이지 않지만 군데군데 하나둘씩 여전히 섬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목포에서 제주까지 가는 동안 전후좌우 사방에 섬이 하나도 안 보이는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있었다 해도 아주 짧은 순간뿐이었으리라.
캔 맥주 1통을 사서 바다를 보며 마셨다.
섬이 많은 연안은 물결도 황토색이 섞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푸른색이다.
13시가 되자 저 멀리 어슴푸레 제주도가 보인다.
한라산이 가운데 솟아 있고, 양옆으로 완만히 쓸어내린 듯 한 모습으로…….
물새가 다시 보인다.
배를 어떤 식으로 후진시켜 부두에 접안하나 했더니 배의 앞부분 옆에 방향 전환용 스크루가 별도로 있었다.
그걸 돌려서 배의 방향을 거꾸로 틀고, 천천히 후진시켜 뒷부분을 부두에 대고 차와 짐을 내리는 것이다.
제주 시내는 아직 다른 도시와 특별히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24시 마트에서 샌드위치와 과일로 점심.
조금 휴식 후, 민속 자연사 박물관을 관람했는데 제주도민의 전통적인 생활 모습을 볼 수 있어 괜찮았다.
나와서 다시 국립 제주박물관 관람, 이곳도 그런대로 볼만했지만,, 가급적 볼거리의 중복을 피한다는 의미에서 꼭 들러볼 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
pc방에서 놀다 저녁식사.
찜질방이 쉽게 찾아지지 않아 무작정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한 군데 발견.
시청에서 5.16 도로로 나와 서귀포 쪽으로 약 300m 정도 올라가서 있었음.
셋째 날(4월 10일)
아침 식사 후 일주도로를 따라 성산 일출봉으로…….
도로변 군데군데 노란 유채꽃이 흥취를 더한다.
일출봉 꼭대기에 올라가니 분화구가 볼만하였다.
분화구 주변으로 빙 돌아 바위들이 갖가지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도 진기하다.
일출봉 올라가는 길옆에서 음악 소리가 계속 울려 나와 자세히 보니, 현무암 돌멩이 속에서 음악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계속 들어보니 돌 모양의 구조물 안에 스피커를 장치한 것 같다. 기발한 아이디어로군.
정상에서 보니 성산읍과 바다, 군데군데 경지 정리라도 해놓은 듯 한 유채꽃밭, 방파제 등이 어우러져 유리 안의 조감도처럼 아담하게 보인다.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점심식사 후 서귀포행 코스를 따라 성읍 민속 마을로 갔다.
현무암과 나무를 이용한 제주 전통가옥이 잘 재현되어 있었다.
돌담, 돌로 지은 돼지우리, 돌로 지은 창고, 모두 주어진 자연을 이용한 삶의 양식이다.
물이 귀하여 빗물을 모아 사용하는데 나무 중간에 짚을 두르고 그 끝을 한데 모아 새끼처럼 꼬아서 항아리에 담가 두었다.
나무를 타고 내리는 빗물을 한 군데로 모으는 방법이다.
항아리에 고인 빗물이 오래되면 정체되어 썩을까 봐 항아리 안에 개구리를 넣어 그가 항상 물을 흔들고 다니게끔 했다고 한다.
아기를 넣어 키우던 대나무로 만든 애기구덕도 있고, 조랑말도 있고, 흑 돼지도 있었다.
민속마을을 나와 표선에 있는 제주 민속촌 박물관으로 갔다.
TV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장소라고 여기저기 촬영 당시의 화면과 대사를 그려놓았다.
지금까지 조금씩 보아온 제주도민의 생활양식을 실물 그대로 거의 전부 재현해 놓은 곳이다.
해변 가 어촌과 중 산간 수렵인의 생활, 신앙, 농사, 공예, 주민을 다스리던 관아 등의 활동 모습과 터전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구경을 끝내고 서귀포로 가 저녁식사를 하고. 바로 찜질방을 찾기 시작했으나 눈에 띄질 않았다.
결국 114로부터 찜질방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후 위치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5.16 도로를 타고 제주방향으로 5km쯤 떨어진 곳에 찜질방이 있었다.
이름 하여 “가산토방”
황토와 목재를 사용하여 제주도 전통 초가집 모양으로 지은 찜질방과 휴게실 등이 있고 주변에 역시 황토로 지은 민박집이 10여 군데 모여 있는데 마치 삼림욕장 안에 조촐한 전통마을이 따로 자리 잡고 있는 듯 한 분위기다. 시설, 분위기, 청결함, 서비스 모두 좋았다.
이거 짓는데 돈 엄청 들었을 것 같다.
넷째 날(4월 11일)
찜질방에서 나와 중문 관광단지 안에 있는 여미지 식물원에 도착, 24시 마트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히 식사한 후 식물원 관람.
평소 식물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어 자세히 보지도 않고 스치듯이 이것저것 보았지만, 그래도 세계 여러 곳의 온갖 나무와 풀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볼 수 있어 좋았다.
중문단지를 떠나 한림공원에 도착하여 점심식사.
한림공원을 관람할까 하였으나 내용을 보니 지금까지 본 것들과 중복되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 생략하고 그냥 제주로 향하였다.
중간에 모슬포에서 제주 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 구경을 하며 달리는 맛도 괜찮았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바닷가로 내려가 파도에 손을 적셔보기도 하고…….
주변엔 역시 온통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투성이.
제주 도착하여 찜질방 근처 pc방에서 바둑 한수한 후 소주 한잔 하였다.
다섯째 날(4월 12일)
마트에서 간단히 아침식사 후 한라산 등반길로 갔다.
가장 많이 오르는 코스라는 성판악에 9시 도착.
김밥 두 줄과 생수 한통을 사들고 등반 시작.
매표소에서 정상까지 9.6km인데 대체로 평탄하고 완만한 산책로와 같다.
산을 많이 다닌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다녀본 어느 산보다 오르기 편하다.
정상에 오르려면 진달래 매점인가 하는 중간지점까지 12시 30분 안에 도착해야 한다는 표지판이 오르는 길 몇 군데 서 있다.
그 시각이 넘어서 진달래 매점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정상진입이 허용되지 않고 다시 내려가야 한단다.
야간 등반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주간에 올라갔다 내려오려면 시간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12시 10분 정상 도착. 백록담이 이렇게 생겼군.
날씨가 가물어서 그런지 분화구엔 약간의 물이 고여 있을 뿐이다.
버스를 타고 단체로 온 아줌마들이 사진 찍고, 밥 먹고, 웃고 떠든다.
정상부근엔 나무도 없다. 바람만 불고 현무암이 있을 뿐이다.
김밥을 먹고 잠시 쉬다 하산. 매표소에 도착하니 15시 30분이다.
제주로 돌아와 pc방에서 잠시 놀다 찜질방으로.
내일 아침엔 다시 목포행 배를 탄다.
여섯째 날(4월 13일)
8시 30분에.
올 때는 12,000톤급 씨월드 호였는데 이건 5,000톤급이다.
규모만 작지 내부구조는 비슷하다.
밖에 나와 바람을 쐴 수 있는 갑판 구조가 레인보우가 좀 나은 듯하다.
씨월드는 배 뒷부분에만 갑판이 있는데 레인보우는 뒤와 양 옆으로도 갑판이 있고, 씨월드에서는 배의 진행방향인 앞 쪽을 볼 수 없었는데, 레인보우에서는 1등 객실 쪽으로 가면 앞을 볼 수가 있었다.
날이 잔뜩 흐리고 바람이 꽤 분다.
심하지는 않지만 배가 흔들리고 얼마 뒤에 배 멀미로 토했다는 사람도 몇몇이 나타난다.
젊은 선원에게 이 정도 파도면 일기예보에서 몇 mm 높이의 파도라고 말하느냐고 물었더니 2m 내지 2.5m라고 한다.
2시간 정도 지난 후 날씨가 개고 바다도 올 때처럼 평온해졌다..
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목포 도착.
씨월드는 4시간 30분, 레인보우는 5시간 걸린다.
점심 식사 후 바로 집으로 출발할까 하다 하루 더 목포에서 보내고 내일 출발하기로 하였다.
항구 앞 어물가게 구경, 큼직한 말린 연어 한 마리를 샀다.
pc방에서 바둑 한수, 저녁에 소주 한잔, 같은 사우나에서 잠.
일곱째 날(4월 14일)
24시 마트에서 간단히 아침식사 후 1010시쯤 목포 출발.
무안, 함평, 영광을 지나 고창에서 점심, 군산을 거쳐 다시 충남으로, 보령에서 한적한 지방도로를 따라 예산 도착.
피곤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트이는 것 같다.
나의 평범한 일상에 뭔가 변화를 몰고 올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 제주 여행은 아기자기한 나만의 즐거움을 주고, 또한 타성적인 일상생활에 기대 이상의 반전과 활기를 가져다줄 것만 같다.
오고 가며, 그리고 구경하며 느낀 세세한 개인적인 소회는 생략했습니다.
여행에 도움을 주신 이곳 카페 매니저 조랑말님께 감사드리며,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찾고 싶은 제주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 : 표선 제주 민속촌박물관, 성산 일출봉,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성읍 민속마을, 한라산 등반
찜질방을 좋아하시는 분은 서귀포 가산토방
지출관계.
오토바이 기름 40,000원, 10,000원당 240km 주행.
목포 사우나 하루 3,000원
선박운임 3등 객실 편도 18,550원, 오토바이 운임 편도 22,750원
표선 제주민속촌박물관 입장료 6,000원, 여미지 식물원 입장료 6,000원
제주 민속자연사박물관 입장료 1,400원
제주시내 찜질방 하루 7,000원 서귀포 가산토방 하루 10,000원
한라산국립공원 입장료 1,600원
식사는 24시 마트나 김밥나라 등을 이용할 경우 매끼 3,000원 정도,
식당을 이용할 경우 최하 5,000원 내지 6,000원.
기타 술값, pc방, 기념품 등은 별도.
모두 즐거운 여행하시길…….
20년 전 제주도 여행 안내책자를 무료로 받았던 사이버 카페 '맛깔스런 제주도 여행 클럽' 게시판에 올렸던 본인의 짤막한 여행후기입니다.